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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청소년 300명의 다짐 “플라스틱에 오염된 지구를 구하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24 13:02

소중 학생기자단,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에 떴다

인류 역사를 구분할 때 석기·청동기·철기시대라고 하죠. 이에 따르면 현재는 플라스틱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은 LCD나 반도체 소자 같은 첨단 제품뿐 아니라 컵·빨대·극세사 등 생활용품에도 다양하게 쓰이며 20세기를 주도한 기적의 소재죠. 가볍고 편리하며 튼튼한 플라스틱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거죠. 1907년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최초의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가 발명된 이래 만들어진 거의 모든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우리 곁에 늘 존재합니다. 플라스틱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량은 무려 83억 톤에 이르는데, 매년 더 늘고 있죠.



2019 UN청소년환경총회 참가자들이 ‘하늘부터 바다까지 플라스틱 프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넘쳐나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크고 광범위한 오염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10대 청소년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11월 16~1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여한 초·중·고생 300여 명은 현세대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토론에 나섰죠. 청소년의 눈으로 글로벌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찾으려 ‘플라스틱으로부터 지구 구하기(Saving the World from Plastic)’를 공식 의제로 채택했고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여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신유림·박채원·김동헌·우정원·김가영 학생기자.





UN청소년환경총회 공동 조직위원장인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유엔환경계획과 함께한 지 올해로 7년째”라며 “청소년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유엔총회 방식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 해결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나가는 과정을 배우기 바란다”며 개회 선언을 했죠. 영상으로 대신 인사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플라스틱 오염 수준에 대해 태평양에 나타난 한반도보다 14배 큰 플라스틱 섬을 예로 들며 “다른 지구는 없다.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여한 청소년이 지구를 살리기 위한 소중한 실천에 나섰다”고 축사를 전했고요.



개회식에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연설하는 마리 프레넷 HAE Creative 공동 창립자.





UN청소년환경총회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vernments) 아래 공식 의제와 연관되는 6개 목표를 선정하고 각각 위원회를 뒀어요. 주제별로 플라스틱과 자원순환, 플라스틱과 생활제품, 플라스틱과 산업, 플라스틱과 건강, 플라스틱과 지속가능한 미래, 플라스틱과 해양 위원회로 나누고 1~4 위원회는 한국어, 5·6위원회는 영어를 사용했죠. 5명의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은 4개 위원회로 흩어졌어요. 학생기자단을 비롯한 참여 학생들은 각각 한 나라 대표가 되어 소속 위원회 주제에 맞춰 기조연설을 하고 토론에 나섰죠. 플라스틱의 정의·역사 등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학생기자단은 자신이 맡은 나라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이나 자신이 생각한 정책을 정리해 연설했어요. 발표는 나라 이름순으로 진행됐고, 시간은 각자 1분이 주어졌습니다.



김동헌 학생기자는 아프리카 지역 그룹 대표를 맡아 정리한 결의안을 발표했다.





플라스틱과 자연순환 위원회에서 나이지리아 대표를 맡은 김동헌 학생기자는 일부 학교에 도입한 페이 프로그램을 설명했어요. 플라스틱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재활용품을 모아 내면 학비나 시설지원비로 돌려받는 거죠. 여기서 더 나아가 퇴비화가 불가능한 플라스틱 사용 금지, 플라스틱 용기 반환 시 보증금 제도 시행과 함께 선진국이 나서 플라스틱 대체 물질 개발에 국제적 협의체를 구성하기를 주장했어요.
이후 13번째로 연단에 선 수단 대표 박채원 학생기자는 먼저 비닐봉투 사용을 50% 줄이겠다고 말만 하고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어요. 주·도시별로 비닐봉투 사용 금지 혹은 사용 시 요금·세금 부과, 라벨링·재활용·재사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미국의 예를 들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죠. 또 플라스틱 문제해결협회를 설치해 3개월마다 회의하고 정책이 잘 시행되는지 꾸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플라스틱과 자연순환 위원회에서 수단 대표로 연설하는 박채원 학생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를 맡은 김가영 학생기자는 플라스틱과 생활제품 위원회에서 첫 번째로 발표했어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2005년 14%에서 2018년 65% 이상으로 끌어올린 남아공의 사례를 들어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했죠. 또 재활용만이 아닌 생산 제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얘기했어요. 다른 나라 대표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김가영 학생기자는 “거의 모든 국가가 카페나 음식점에서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어요”라며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재활용을 위한 신소재 등 많은 정책이 공통적으로 실행된다는 점이 신기하네요”라고 밝혔죠.
플라스틱과 산업 위원회에서 덴마크를 대표한 신유림 학생기자는 “총회 일주일 전부터 덴마크와 덴마크의 플라스틱 산업 등을 조사했죠”라며 종이 맥주병 개발, 재활용률 높이는 증거금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죠. “덴마크는 2018년 한국과 지속가능 순환 경제 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자원고갈과 다량의 폐기물을 발생시켰던 기존 경제 패러다임에서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제 발전 추진과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덴마크 대표 신유림 학생기자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연설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우정원 학생기자는 소중기자단 중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플라스틱과 지속가능한 미래 위원회에 참여했어요. 중앙아메리카 중 첫 번째로 비닐봉지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한 나라인 파나마 대표로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지원, 개인의 적극적인 환경에 대한 관심, 플라스틱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우정원 학생기자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물건을 만들면서 나라가 적극적으로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베네수엘라와 세계에서 가장 플라스틱 재활용을 많이 하는 독일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죠.
나라별 기조연설이 끝난 뒤엔 가까운 나라끼리 지역 그룹을 만들어 결의안을 작성했습니다. 파나마 대표인 우정원 학생기자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속한 11개 나라 대표들과 함께했죠. 공통적인 의견도 있지만 아닌 경우 투표도 하면서 3개의 해결책으로 정리했습니다. 같은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과 튼실한 결의안을 만들어 낸 김동헌 학생기자는 결의안을 발표하는 팀 대표를 맡기도 했죠. 김동헌 학생기자는 “큰 기회가 주어져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우리 팀이 모두 협력해 완성한 것이므로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읽으니 긴장감이 없어졌어요”라고 했죠.



김가영 학생기자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2005년 14%에서 2018년 65% 이상으로 높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를 소개했다.





각 나라의 경제적 특성, 현 상황 등을 고려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 덴마크 대표 신유림 학생기자는 “서유럽 및 기타 국가들의 실무서는 자국에서 버린 플라스틱이 타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공공의 문제임을 강조하자, 나라마다 플라스틱에 대한 입장이 다름을 인정하자 등의 내용을 포함했어요”라고 했죠. “처음에는 국가들의 특성이 달라 의견 충돌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결의안이 완성된 것을 보니 뿌듯했어요.” 6개 위원회는 이틀에 걸쳐 2회의 공식회의와 5회의 비공식회의를 통해 국가 간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5개 지역 그룹 실무서를 통합해 결의안을 완성했습니다.
또 청소년이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해결방안인 액션플랜도 짰어요. 박채원 학생기자는 “폐플라스틱으로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 배달할 때는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시키기, 플라스틱을 뚜껑·몸통·라벨로 분리 배출하기 등을 최종적으로 정했어요”라고 밝혔죠.



소중 학생기자단 중 유일하게 영어 위원회에 참여한 우정원 학생기자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열린 폐회식에서는 위원회별로 5개 항목의 청소년 환경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은 분리배출하고, 친구들에게도 방법을 알려주고,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에코백 등 재사용 가능한 물건을 쓰고, 일회용 빨대·컵 등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기를 거부하고, 플라스틱 과대포장 기업에 문의 또는 불매운동을 통해 친환경 기업 육성을 도모하고,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등 환경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의 내용이었죠. 특히 청소년으로서 우리 주변의 환경 문제, 변화하는 지구에 더욱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자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다른 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많이 나와 놀랐어요”라고 한 김가영 학생기자는 “매일 다수결의 법칙만 외치며 무조건 투표로 진행했는데, 이번 총회를 통해 투표 없이 합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배웠죠”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신유림 학생기자도 “이틀간의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영광이고, 적극적으로 책임감 있게 참여한 스스로가 대견하네요”라고 했죠.



회의 중 각 나라 대표로서 발언할 때는 명패를 들고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우정원 학생기자는 “나라의 대표가 돼 생각을 말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통합해 최종 결의안을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느꼈어요”라고 했죠. “플라스틱 관련 강연을 듣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지구의 오염 수준이 심각하고, 청소년 환경 선언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구를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어요.”
총회 사전 활동으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본 일화를 꺼낸 박채원 학생기자는 “하루에도 플라스틱이 정말 많이 버려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요”라며 “작게나마 내가 사는 아파트나 학교에서부터 전면적으로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했죠. 이어 “유엔총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해 각국이 공동의 위기의식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정말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죠.



나라별로 같거나 다른 입장에 대해 체크하면 토론할 때 도움이 된다.





폐회식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에코맘코리아상을 받은 김동헌 학생기자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동안 힘들었던 게 모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고, 함께한 친구들과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죠. “처음에는 참가를 목적으로 왔지만 유엔총회 과정을 배우면서 새롭고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고, 저에게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아 기뻤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면 환경문제를 위해 우리 청소년들도 더 많이 느끼고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환경을 지키고 아끼는 일,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동행취재=김가영(경기도 신봉초 5)·김동헌(서울 목운초 6)·박채원(서울 한양초 6)·신유림(경기도 어정중 1)·우정원(경기도 수내초 6) 학생기자,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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