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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잠실구장은 좁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08:04

20년 만에 잠실 홈런왕 도전
홈런 37개, SK로맥과 공동 선두
힘 탁월해 타구 대부분 ‘빨랫줄’


올 시즌 37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김재환.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도 16개의 홈런을 날렸다. [뉴시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홈런왕이 등장할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4번 타자 김재환(30)이 20년 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재환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3회 초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이어 6회 초 투런포를 폭발했다. 37·38호를 연달아 터뜨린 김재환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17-4로 승리, 4연승을 이어갔다.

이로서 김재환은 홈런 선두였던 SK 로맥(37개)을 추월했다. 넥센 박병호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37호 홈런을 터뜨렸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8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는 김재환과 박병호, 로맥의 3파전으로 재편됐다.

시즌 초반 김재환은 5월까지 51경기에서 홈런 12개를 쳤다. 2년 연속 35홈런 이상을 쳤던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밸런스가 좋지 않지만 금세 살아날 것이다. 중심타자로서 부담을 가질까 봐 걱정했는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재환은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느냐”고 되물었다. 사실 김 감독은 김재환과 수시로 타격 자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김재환의 방망이는 살아났다. 6월에만 홈런 14개를 몰아치며 단숨에 홈런 레이스에 가세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 8월엔 다소 주춤했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김재환의 배트가 다시 힘있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KBO리그가 재개되자마자 7경기에서 홈런 4개를 터트렸다. 홈런 1위를 질주하던 제이미 로맥(SK·37개)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최근 페이스와 잔여 경기 숫자를 감안하면 김재환의 홈런왕 등극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재환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좌우 100m, 중앙 125m, 담장 높이 2.6m)은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쓰는 구장 중 가장 넓다. 그래서 잠실을 홈으로 쓰는 타자 중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2명뿐이다. OB(두산 전신) 출신 김상호(1995년, 25개)와 타이론 우즈(1998년, 42개)다. 우즈의 42홈런은 잠실구장 연고팀 타자 역대 최다홈런 기록이기도 하다.

김재환이 홈런을 양산하는 건 타고난 힘 덕분이다. 키 1m83cm, 체중 90kg지만 탄탄한 근력을 갖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2008년)입단할 때부터 힘 하나는 탁월했다”고 했다. 김재환의 힘은 타구에서도 드러난다. 김재환의 홈런은 발사각 20도 정도에 주로 분포된다. 홈런이 많이 만들어지는 발사각인 30도보다는 낮다. 포물선이 아닌 라인드라이브로 힘있게 날아가는 홈런이 많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일반적으로는 타이밍을 조금 빠르게 갖고 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둬야 장타가 나온다. 하지만 김재환은 최대한 공을 지켜본 뒤 ‘강하게 맞힌다’는 느낌으로 스윙한다.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김재환은 타이밍이 조금 빠를 땐 한 손을 놓고, 늦었을 땐 두 손으로 끝까지 휘두른다. 지난해보다 이런 타격 기술이 더 좋아져 홈런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5일 잠실 KIA전에서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은 두산 김재환. 정시종 기자

대기록을 두 가지나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김재환은 태연하다. “3년 연속 30홈런은 내 자존심”이라면서도 “내가 홈런 친다고 팀이 우승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팀 성적이 우선이다. 두산이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작 김재환이 홈런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타점이다. 타점 1위(111개)가 바로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점수로 연결되니까 타점이 내게 더 중요한 기록이다. 우리 팀 1, 2번 타자들이 많이 나가준 덕분에 타점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환의 올 시즌 성적은 MVP급이다. 소속팀 두산이 압도적으로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고, 11일 현재 타율(0.355, 5위)·홈런·타점·최다안타(156개, 2위)·장타율(0.675, 2위)·출루율(0.413, 6위)·득점(88개, 7위)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잣대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에서도 8.68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김재환의 MVP 수상 여부엔 물음표가 달린다. 2011년 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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