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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의’ 피터 리, “한국 중증외상 치료체계 취약”

애틀랜타 그레이디 메모리얼병원의 피터 리(Peter Rhee) 외과 과장(Chief of Surgery)은 한국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와 같은 하루를 보낸다.

피터 리 과장은 환자 수로 전국 다섯번째 규모인 그레이디병원의 외과를 총괄한다. 부속 그레이디 중증외상센터에는 애틀랜타를 비롯 조지아 북부 전역에서 온갖 사고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환자들이 실려온다. 전국 세번째 규모의 외상센터이다.

외상센터는 신체 부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합병 증상을 보이는 중증 외상환자들을 초기 응급시술을 통해 소생시키는 통합 의료시설. 일반 응급실에서는 소생 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데려다 다양한 전문의들의 협진으로 소생 가능성을 높인다.

그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애리조나대학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맡고있던 지난 2011년. 괴한의 총기난사로 머리에 치명적인 관통상을 입은 개브리얼 기퍼즈 애리조나 연방하원 의원을 기적적으로 소생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며 한국에서도 체계적인 중증외상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국 정부는 곧 미국의 외상센터 체계를 모방해 전국에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세웠고, 피터 리 과장이 자문을 맡았다. 이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며 외상센터 체계에 대해 강연했다.

이어 2016년에는 그레이디 메모리얼 중증외상센터장으로 부임, 지난해 외과 과장으로 승진했다. 지금도 그는 한국의 외상센터 체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중증외상치료 체계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작년 심각한 총상을 입은 북한군 귀순병사를 살려내 다시 한번 국민적 관심을 모은 이국종 교수가 여전히 열악한 외상센터의 실정을 호소한데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제도적인 체질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첫번째로 지적한 문제점은 전문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미국에서 외상전문의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 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외상전문의가 되려면 다른 분야보다 긴 7년의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거쳐야 하고, 수료와 동시에 일반외과, 응급치료과 2개 분야에서 자격 인증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봉도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응급진료 분야에서도 의료수가가 수술 건수와 결부돼있다. 이는 “소방관에게 불을 끌 때마다 돈을 주겠다는 식”이라며 “언제 올지 모르는 외상환자를 돌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인정하고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 출동하는 응급대원들의 구조 매뉴얼도 엄격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응급대원들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프다고 소리치는 환자들을 중증외상센터로 데려오지 않는다. 소리 지를 기운이 있는 환자들은 응급실에 가면 된다”며 “혈압이 떨어지거나 의식을 잃고 있는 환자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분류해 대응하는 매뉴얼이 실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에 대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자, 보건복지부는 급기야 16일(한국시간) 이에 대한 방안을 공개했다. 피터 리 과장은 오는 4월 경주에서 열리는 의료학회에 참가할 예정으로 “한국 외상환자 치료체계의 발전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리 외과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정부 파견 의사로 우간다에 간 부친을 따라 한국을 떠난 후, 10살 때부터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성장했다. 조지아텍에서 프리메드를 전공했고, 매릴랜드의 군의관양성의대(USUHS)에서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최전선에서 종군 군의관으로 활약했다.

그는 3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도 몰두해왔다. 최근에는 응급환자의 혈액을 차가운 수액으로 대체해 생체활동을 일시 정지시킨 상태에서 수술한 다음, 다시 혈액을 체우는 ‘가사상태 기법’의 인체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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