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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산삼 도둑 아냐”

AJC, WSB TV ‘산삼 도둑 수배중’ 오보
경찰은 70세 한인 할머니에 체포 영장
보석금 내고 풀려나 본지에 억울함 호소

“내가 인삼 도둑이라니, 억울합니다”

남동부 지역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애틀랜타저널(AJC)과 WSB-TV가 70세 한인 여성을 인삼 도둑으로 보도해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콕스 미디어그룹 소속으로 컨텐츠를 공유하는 두 매체는 지난 8일 밤 방송과 9일 지면에 ‘둘루스 경찰, 70세 산삼 도둑 수배중’이라고 보도했다. 마치 갱단원들이 마약 거래를 가장해 강도행각을 벌이듯, 70세 아시안 여성이 산삼장수로부터 7000달러치의 산삼을 훔쳐 달아났다는 조롱섞인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산삼장수인 임 모씨는 한인 신문 광고를 보고 산삼 구입을 문의해 온 여성과 둘루스 H마트 주차장에서 만났고, 이 여성은 산삼 한 박스를 통째로 사겠다며 차 트렁크에 넣은 다음, 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도망쳤다. 임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이 여성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고 증언했고, 경찰은 주차장의 감시카메라에서 확인한 여성의 차량번호로 이 모씨를 용의자로 지목,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AJC는 기사에서 사건 발생일조차 밝히지 않았고 경찰 리포트에 적힌 신고자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다뤘고, “경찰이 용의자 이 모씨를 현상수배 중”이라며 이씨의 얼굴은 게재해 그를 ‘도둑’으로 사실상 낙인 찍었다.



하지만 본지가 보도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이 사건은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발생했다. 또 이씨를 모른다는 임씨의 경찰 증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씨는 이미 지난주 경찰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보석금 400달러를 내고 풀려난 상태다.

이씨는 9일 기자의 연락을 받고 “억울하다. 사실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임씨가 자신에게 5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고, 현금 대신 산삼으로 갚겠다고 해서 만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그는 임씨로부터 치기공 관련 업체를 27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금 5000달러를 지불했으나, 최종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최종 계약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들려서야 인수하려던 업체가 10만달러 상당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변호사가 이 사실을 알려주기 전까지 임씨는 빚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당시의 가계약서를 제시했고, 계약을 점검했던 변호사도 “두 사람이 매매 계약을 위해 사무실에 왔었으나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임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이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지난 3일 취업을 위해 신분 증명서를 신청했다가 뜻하지 않게 체포됐다. 테드 사도우스키 둘루스 경찰 대변인은 “당시 이씨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그대로 영장이 신청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일에 WSB와 인터뷰를 했는데, 바로 다음날 그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기자가 휴가 관계로 미리 인터뷰를 따놓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기사로 ‘산삼 도둑’으로 낙인 찍힌 이씨는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던 걸 몰랐는데, 차라리 지금 알게되어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5월에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공항에서 알게 되었으면 정말 황당했을 뻔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모든 혐의를 깨끗히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임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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