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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이리(Eire) 운하의 생로병사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30 16:04


옛날 중국 수나라 시절에의 ‘수양제’라는 황제는 폭압적인 정치를 펼친 황제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중국 내륙의 운하를 건설한 황제로도 유명하다. 무고한 백성들을 동원하다 보니 더욱 폭압적인 정치를 하지 않았나 싶다. 중국의 황하강와 양자강을 이어주는 이 운하는 실제로 백성들의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운하를 이용하면 사람의 왕래와 물자의 이동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물길을 이용하기가 그만큼 더 쉬웠다. 미국에도 수양제가 건설했던 운하와 비슷한 내륙 운하가 있다. 오대호 중의 하나인 이리(Eire) 호수와 뉴욕 사이를 잇는 이리운하가 바로 그것이다.

오대호는 한반도를 여러 개를 합친 것처럼 드넓은 호수이다. 그러다 보니 오대호 부근에서 생산되는 물자는 막대하다. 이 물자를 뉴욕까지 육로로 실어 오자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운송비가 들었다.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부터 오대호와 뉴욕을 연결하면 많은 물자를 쉽게 뉴욕까지 운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이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막상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뉴욕에서 Albany까지는 허드슨강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Albany에서 이리 호수까지 연결하면 되었지만, 길이가 300마일이 넘는 엄청난 거리이기도 하려니와 이리 호수 수면과 Albany의 고도차이가 200미터에 가까워 운하의 건설에 필요한 기술도 부족했고 돈도 없었다. 제퍼슨 대통령 시절 이리 운하 건설이 제기되었으나, 대통령은 연방 차원의 지원은 염두에도 두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고 나서 십수 년이 흐른 후 이리 운하 건설은 뉴욕 주지사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당시 뉴욕주 지사이던 클린턴 주지사는 뉴욕주 차원에서 운하 건설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연방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던 그는 우선 뉴욕주 의회를 설득해서 700만 달러의 예산을 얻어냈다. 이와 같은 그의 시도가 많은 사람에게는 매우 무모하게 보였으므로 언론은 그의 시도를 클린턴의 바보짓(Clinton’s Folly)이라며 놀렸다.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공사를 추진했다. 최대 난공사는 여러 개의 갑문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리 호수와 Albany의 고도 차이가 커서 50개가 넘는 갑문을 만들어야 했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클린턴은 마침내 1825년 운하가 완성했다.

운하가 완공되자 뉴욕, 오대호 부근, 미국 중서부 지방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미국 중서부가 발전하면서 중서부로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중서부의 인구는 급증하였고, 오대호로 모인 중서부의 모든 물자가 뉴욕으로 운송되었다. 뉴욕은 더욱 풍요롭고 번화한 거대 도시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뉴욕은 다른 대도시를 제치고 미국의 초대 무역항으로 자리매김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혁명적인 물동량을 자랑하던 이리 운하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으니, 다름이 아닌 철도이다. 1840년대부터 철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이리 운하의 물동량이 다소 감소했다. 선박으로 운송하는 물동량도 대단하지만, 철도를 통한 운송량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대형의 화물을 운송하는데는 역시 배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쉬웠으므로 이리 운하의 물동량이 많이 줄지는 않았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후인 1950년에는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다. 다름이 아니라, 트럭과 고속도로가 그것이다. 선박의 운송 수단은 자동차를 이용한 화물 운송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자동차를 이용한 운송은 신속하고 유연성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철도 역시 자동차의 운송 능력에는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리 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은 점차 줄어들어 1990년대에는 운송을 위한 운하의 역할은 용도폐기하고 레크레이션용으로 이용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물자의 이동이 활발하면서 번영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은 시민의 놀이터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 생로병사의 순환이 있듯이 운송 수단에도 태어나서 늙어가는 순환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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