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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날개가 든 상자

한 여름에 내리는 비는 초록을 더 푸르게 하고 잎새들이 더 싱싱하게 자라게 하는 양분의 공급원이었을텐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는 생의 끝자락에서 더 곱고 화려하게 성장한 나뭇잎들을 서둘러 땅에 져내리게 하는 도리깨 역할을 하는 것만 같다. 깃털처럼 가벼운 스치움에도 상처가 나는 수줍고 여린 영혼처럼 가을 잎새들은 보슬비에도 그렇게 툭툭 땅에 내리고, 무심한 정원사는 방화수 같은 바람을 기계로 일으켜 흩어진 낙엽들을 몰아낸다. 오랫동안 친숙한 영화배우나 가수들의 이름이 부음과 함께 들려올 때마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은 떨어진 낙엽처럼 더 멀리 과거속으로 내쳐진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맞게 되는 이 생의 마지막 날과 죽음의 순간을 모르고 살아가게 한 것은 창조주의 커다란 은총이려니와, 살아가는 연수를 헤아리고 마감을 준비하며 사는 것은 피조물 가운데서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만이 가진 지혜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날 때 이 땅에서 소유했던 아무 것도 갖고 갈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떠나는 순간까지 정작 본인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하다. 그 말은 사실 맞는 말도 아니다. 죽으면 끝이라고 믿는 무신론자들이 짐작으로 하는, 말뿐인 말이기에 믿지는 않고 사는 것이다.

기독교신앙은 죽음을 이 세상에서의 여정의 끝으로 정의한다. 여행이 끝나면 돌아갈 본향이 있고 본향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패스워드가 있어야 한다. 그 패스워드는 하나님이 보낸 분이신 예수가 자기의 주인이라는 고백이다. 마음의 고백이어서 잊어버릴 염려가 없는 패스워드다. 그리고 본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지니고 가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의 인격이다. 모든 훌륭한 인격은 호사로운 환경이 아닌 훈련을 통해 닦여지기에 고된 시련과 고통을 통할 때 고매한 인품이 빚어진다. 인생의 목적이 안일과 편리, 자기 영달과 행복만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가 이생을 떠날 때도 여전히 지니고 가는 인격 외에 또 한가지는 살면서 사랑으로 봉사하고 섬긴 내용이 축적된 우리의 크레딧이다. 성경에 상급이라고 거듭 표현되는 그 내용은 우리가 선한 마음으로 나눈만큼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커미션과도 같다.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똑같다. 이래도 저래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무한 소비성의 일상보다는, 고달퍼도 인격이 도야되고 영혼이 깊어지는 멍에를 진 삶이 투자가치가 큰 삶이 아닐까.



어느날 한 엄마가 친구하라며 한 소년을 아들에게 데려왔는데 엄마가 데려온 그 소년은 곱추등에 절름발이였다. 그녀가 아들에게 그 소년이 다치지 않게 조심은 하되 다른 보통아이들과 똑같이 대하며 놀라고 당부를 했다. 어느날 두 소년이 놀면서 하는 소리를 엄마가 듣게 되었는데, 그녀의 아들이 “네 등에 뭐가 있는지 넌 아니?”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 엄마가 긴장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 작은 곱사등이 소년이 당황해서 망설이는 순간, 그녀의 아들이 다시 말했다, “그것은 네 날개가 들어있는 박스야, 언젠가 하나님이 그것을 잘라 열어주시면 넌 날 수 있게 되고 천사가 되는 거야.”

삶의 무게로 인해 휘어진 너와 나의 등에 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남의 눈에는 오직 흉물로만 보일지 모르는, 삶의 멍에가 되는 것들. 여러 종류의 수치심, 죄책감, 고통, 그리고 장애를 숨긴 우리의 짐보따리를 인격성장의 도구로 삼아 살아간다면, 등짐이 날개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삶의 무게로 눌려 비틀거리는 이웃에게 ‘그것은 당신의 날개가 들어있는 상자’ 입니다고 자신있게 손내밀어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종려나무 교회 목사,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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