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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아들이 맞게 될 첫 겨울

김윤수

얼마 전 인디애나 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로부터 몇 장의 사진이 텍스트로 왔다. 주말을 맞아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카고로 여행을 갔다며 시카고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보내왔다.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사진들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보기 힘든, 전혀 낯선 만추의 사진들이 빛 바랜 기억을 되살려냈다.

올해는 유독 시카고를 자주 찾았다. 시카고와의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는 서울에 살 때라 시카고는 LA보다 더 멀고, 뉴욕보다는 가까운 미 대륙 지도에 표기된 점 하나의 도시라는 것만이 서른이 기억하는 시카고였다.

그 후 2004년 제2의 고향 ‘천사의 도시’ LA에 정착한 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2월이 되면 찬바람이 아닌 칼바람이 부는 시카고에서 나의 겨울을 맞곤 했다.

지난 4월 꽃피는 봄과 여름의 절정 8월에는 아들과 함께 시카고를 찾았고 가을의 문턱인 9월에는 홀로 시카고를 지나쳤다. 인디애나주의 아들이 다닐 대학에 가는 길이라 잠시 스쳐 지났지만 시카고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올 겨울 불어 닥칠 미시간호수의 칼바람을 견뎌낼 태세였다.



시카고에서 만난 사람들은 유난히 정이 많았다. 겨울이 길어서인지 마음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숨소리들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학교 가면 한식 잘 못 먹을 테니 여기서 많이 먹고 가라”며 단골 손님에게만 내주던 비밀반찬을 몰래 내주시던 공항 근처 식당 아주머니의 후한 인정, “집이 그리우면 언제라도 찾아오렴. 그리고 친구들도 있으면 모두 데리고 와도 돼”라며 아들을 떠나 보낼 나의 근심 걱정을 어루만져 주던 선배 부부.

시카고의 겨울은 정말 춥고 길다. 올해부턴 나 대신 아들이 시카고의 겨울을 만끽할 차례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떨어져 이제 혼자라는 외로움의 추위가 더욱 더 그를 힘들게 할 것이다. 아마도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아들은 이번 겨울이 생애 첫 겨울다운 겨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거위털 쟈켓과 롱부츠에 내복까지 사고 월동준비에 공부까지 하려면 아들의 대학 첫 겨울은 그야말로 한파의 절정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아무리 추운 미시간호수의 찬 기운도 가슴 따뜻한 가족에게는 한낱 바람에 불과할 뿐 얼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아들은 내년 시카고의 봄을 맞으며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아빠, 시카고 도시가 참 아름다워요. 그리고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라며 아들이 보낸 또 다른 텍스트에 새삼 눈물이 흐르는 것은 가족이라는 정이 있기 때문이다.

/ LA중앙일보 통합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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