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과연 그럴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어디를 가야할 지 목적지도 모른 채 기차역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무엇인가. 잘못된 길 위에 놓여져 있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불안과 권태 속에서 앞길이 불투명한 가운데 시간을 탕진하고 있는 것과 같다. 죽을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죽음 앞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과 같다.
그저 의미없이 현실적인 필요를 채워가는 것으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나를 지으신 이의 마음도 과연 그럴까?
길가에 심겨진 들꽃도 입히시고 먹이시거늘, 고개 숙인 작은 할미꽃 한 송이도 그저 태어나 자라는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우리에게는 어떠하실까?
할미꽃
종일 구부리다가 네가 생각나
잔뜩 엎드린 너를 보려고
나도 잔뜩 엎드려 본다
너의 걸음과 나의 걸음 사이
가까운 듯 하였는데 여전히 멀어
네 소리가 듣고 싶어 네 옆에 산다
소음과 발길이 끊어진 새 세상
바람에 스쳐가는 소리만 들리고
너는 나를 보고 있다
넌 어느 새 웃고 있다
온 세상 사람이 웃어도
엎드린 너의 웃음만 내게 들린다
고개든 날보다
고개 숙인 날이 좋아
온종일 너를 향해 고개 숙인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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