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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둘김둘신' 그리고 '이어지기 사랑법'

1983년 봄으로 기억된다.

여기저기 꽃망울이 터지고 푸릇한 잎들이 무어라고 말하는 듯 숭숭 길죽한 잎들을 펼쳐내는 짙은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만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둘김둘신'이란 타이틀로 작은 전시회를 친구가 운영하는 로렌스의 작업장에서 가졌다. 몇 되지 않는 관람객이 들렸다 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몇명의 팬(?)들과 함께 끝도 결론도 없는 이야기들을 늦은 시간까지 나누었고 우린 통기타 반주에 맞춰 7080노래들을 목청 돋구어 불렀다,

시인 김호관, 동양화가 김성호, 시카고 귀재 신인언, 그리고 별 일 없이 조용한 신호철 이렇게 넷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은 전시회였다. 그때 우린 무엇이어도 할 수 있는 젊고 패기 있는 꿈 많은 젊은이였다. 어느날 친구 김호관이가 뜬금없이 찿아와서는 "야, 나 시집낸다. 표지그림 좀 그려줘 편집도 좀 해주구"라고 말했다.



"시집 제목이 뭔데?" "이어지기 사랑법..."

그후 3개월 동안 이에 동조하는 친구들 몇몇은 시카고에서 첫번째로 발간되는 시집을 함께 만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출판기념회 때 부를 노래를 연습하며 본인보다 더 즐거워했다.

그는 뒤늦게 신학을 공부해 한국으로 떠나 부산 모 신학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였고, 그림을 그렸던 나는 뒤늦게 시를 쓰는 시인이 되었다. 그렇게 세월은 살같이 날아갔고 우린 우리가 걸어서 만든 내 작은 지도 속에 앉아 오늘도 어느 행성의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안부를 전하고 있다. 우리에게 또 한번의 만남이 주어진다면 두번째 '둘김둘신 이렇게 산다'란 작은 전시회를 꼭 열고 싶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만나랴' 김환기 화백의 켄버스에 꽉 차게 자리잡은 점들의 형태가 지나는 차창을 두드리는 가을이 저만치 오고 있다.

점 하나의 아픔과, 점 하나의 정겨움과, 점 하나의 그리움들이 마구 가슴을 치며 나의 지도 밖으로 드라이브해 가고 있다.

그리 살다 보면 / 신호철

그래 하믄...
그래야지
그리 살다보면
슬픔도 툭툭 털어내는
아름드리 나무 되겠지
행복도 손 저으는
다소곳 들꽃 되겠지
내 자리인양 푸른 싹 보듬는
바람 한 점 되겠지

그래 하믄...
그래야지
그리 살다보면
마음 뭉클해
가슴 쓸어 내리겠지
괜스레 하늘 바라보며
눈물 훔치겠지
그대 이름 부르겠지
어느 봄날 개나리
노랗게 물들겠지

그래 하믄...
그래야지
그리 살다보면
오라 손짓하는
그대 앞에 서겠지
옷 가지 매만지며
뒤돌아 보겠지
굽이 굽이 걸어온 길
손 잡고 함께 걸은
꽃 길도 보이겠지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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