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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관심과 사랑 그리고 오해와 편견

가끔 주말에 벤자민과 티모티가 집에 와 슬립오버를 한다. 벤은 5살이고 티미는 오는 11월이면 4살이 된다. 둘이 얼마나 죽고 못사는지 전화로도 I love you, I miss you so much를 남발한다. 그러다가도 한번 싸우면 눈물이 글썽하며 집에 간다고 한다.

하브지! 하브지! 손을 끌며 같이 놀자고 하는 손자들의 끈질긴 협박(?)에 넘어가 긴 기럭지를 꺾어 몸을 숨겨보지만 금세 발각되는 내 슬픈 처지에도 아랑곳 없이 10을 꼭 세고 찿으란 당부를 수차례 한 후 둘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서재에도, 부엌 캐비넷을 열어보아도, 이층 옷장에도, 침대 밑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어디선가 킥킥대는 소리에 찾아간 곳은 차고였다. 차고로 연결된 문을 여니 후닥 차문 닫히는 소리가 난다. 모른 척 "여기도 없네, 어디에 숨었지? 잔뜩 몸을 엉켜 엎드린 녀석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와 책상에 앉았는데 오래지 않아 두 꼬마가 상기된 표정으로 내 앞에 섰다. 우리를 찿지 못했으니 이젠 하브지가 숨으라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Hide&Seek 놀이가 시들해 갈 무렵이었다. 하브지가 Devel이 되고 우린 knight가 되어 싸우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브지는 Bad guy가되고 자기네가 Good guy가 되겠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두 놈이 덤벼도 아직은 하브지를 당할 수 없게 되자 놈들은 지치기 시작하고 코너에 몰리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나는 벤자민의 휘두른 칼(플라스틱 작은 스틱)에 옆구리를 찔려 깊은 신음과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마루바닥에 쓰러졌다. 둘은 의기양양하게 환호성을 올린다. 모두가 피곤해져 곤충들의 싸움(Battles of Insects)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기로 했다. 하이파이 하고 함께 엉겨 붙어 TV를 보았다. 메뚜기가 먹이를 발견했을 때의 점프는 가히 놀랄만한 거리였다. 다리가 엄청 많은 지네의 민첩성과 싸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거미가 집을 짓고 먹잇감을 거미줄로 칭칭 감아 죽이는 모습은 실로 흥미진진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놀지 않으면 어떤 것이든 재미없고 무료한 것이 된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과 처지를 이해하면 그 어떤 것이든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 안엔 사랑과 관심이라는 요소가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문을 열 때 우리는 비로소 너와 나, 나와 이웃, 나와 자연이라는 벽은 허물어진다. 그 안에서만이 우리가 바라던 꿈들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우리 모두는 관심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오해와 편견의 시각도 또한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생각이 아니면 먼저 마음이 불편해지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게 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그것이 나와 너의 관계를 떠나 진영과 진영 사이, 더 나아가 국가와 국가 사이로 확대 된다면 눈에 보이게 될 결과는 뻔할 일이다.



어느 목사님의 간증을 들으면서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창시절 교복 상의만 벗고 운동장에 집합하라는 선생님의 명에 모든 학생들은 운동장에 집합했다. 선생님은 모여있는 학생들을 살핀 후 맨 앞줄 오른쪽에 웃통을 벗고 서있던 나를 지명해 앞에 불러세웠다. "선생님의 말에 반항을 해! 상의만 벗고 나오라고 했는데 웃통까지 벗고 서 있어? 반장이라는 놈이 이 모양이니..." 나는 그날 아무 변명도 못하고 몽둥이로 엉덩이를 수없이 맞으면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처지와 입장을 들어보지 않고 내 편견만으로 이웃을 단정하지 않으리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나는 그때 속옷을 챙기지 못할 만큼 가난했었다. 그건 누구에게도 쉽게 고백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었던 나의 고민이었다.

이틀 전 손녀 아이가 태어나, 이젠 두 손자와 두 손녀를 거느린 할아비가 되었다. 태어난 지 이틀 된 아이를 품에 안고 기도해주었다. 힘든 세상 살아가는동안 이해와 사랑의 눈을 가지라고. 어떤 힘든 일이 다가오더라도 나를 만드신, 그리고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의 손길을 기억하며 살아가라고.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내 마음에 자리잡거든 내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는가 먼저 나에게 물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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