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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에서 벗어난 영 맥글라슨 “우린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5/03/16 17:04

학대는 침묵 속에 자라나
가정폭력 끝낼 힘은 ‘관심’

유엔이 공식 지정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8일 시카고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이 축제가 열리는 동안 다른 한 곳에서는 사람들의 침묵 속에 가정폭력은 여전히 자라나 가정과 사회를 좀먹고 있다.

한인 영 맥글라슨(63·사진) 씨도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다. 지난 14일 열린 여성핫라인 25주년 기념 기금마련 연례만찬에 참석한 맥글라슨 씨. 전 남편에게서 폭행과 살해협박을 당했던 자신의 악몽같던 결혼생활을 털어 놓으며 이민자 가정의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에서 대해 일깨웠다.

여성핫라인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맥글라슨 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국에 거주하던 맥글라슨 씨는 지인으로부터 한인 B씨는 소개 받은 뒤 전화로만 통화하다 2008년 그를 보기위해 짐 가방 하나만 들고 시카고를 찾았다.

그의 친절함에 호감을 가지게 됐고 그의 사랑을 느껴 한 달 만에 결혼을 했다. 둘 모두 재혼이었다.

“두 번째 결혼이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못했던 나는 그가 하는 말만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설득에 혼인신고를 했고 도시를 벗어나 시카고 외곽 작은 마을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한인사회로부터 격리시키며 자신의 말만 들을 것을 강요했습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맥글라슨 씨는 B씨로부터 폭행과 살해 협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맥글라슨 씨는 “전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였다”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목을 조르거나 폭행을 휘둘렀다. 어떤 날에는 잠자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자고 있던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땐 내가 죽겠구나 싶어 행인에게 소리를 지르며 도와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911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영어를 하지 못해 몇 번이고 수화기를 들었다 놓기만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히 맥글라슨 씨는 자신에게 바느질을 배우고 싶다던 한인 여성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 곧이어 이 여성은 엄마를 보고 싶어 불쑥 시카고를 방문한 맥글라슨 씨의 딸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다.

맥글라슨 씨는 “딸이 업소록에서 여성핫라인 광고를 보고 나 몰래 전화해 상담을 받았다. 이를 알고 딸에게 엄마를 창피하게 만든다고 화를 냈지만 계속되는 딸의 설득에 그리고 딸의 진심에 마음을 바꿔 침묵을 깼다”며 눈물을 훔쳤다.

딸의 이야기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맥글라슨 씨는 “딸에게 너무 고마울 뿐이다. 그때는 딸에게 너무 창피했고 그런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사실이 비참했다”며 “당장 갈 곳에 없었던 나에게 쉘터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료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준 여성핫라인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이 수없이 죽음을 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죽음 속에서 살아나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상처를 극복하고 일어나 밝고 강하고 살아가는 ‘생존자’가 되었다.

지금은 기술을 배워 혼자 생계를 꾸려갈 능력도 길렀다.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CNN을 통해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죽을 것만 같았고 앞이 캄캄했습니다. 학대를 당해도 다시 전 남편에 돌아가야 하는 나약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니 주변에 좋은 분들이 함께 도와주셨고 지난해에는 지금 현 미국 남편을 만났습니다. 지금도 침묵 속에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학대는 오직 침묵 속에서만 자라납니다. 이제는 그들을 내가 돕고 싶습니다. 가정폭력을 끝낼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은 바로 그 곳에 불빛을 비추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절대로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이날 현재 남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그는 자신의 경험이 영상으로 통해 상영되는 동안 서로 눈물을 닦아주며 두 손을 꼭 잡았다.

김민희 기자 kim.min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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