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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근 문학칼럼: 인생을 수필처럼

"수필처럼 인생을 산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접하고, 저는 "인생을 수필처럼"이란 말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휴대폰 폴더를 열 때마다, 나를 응시하는 "인생을 수필처럼"이란 그 문구를 보며, 늘 인생을 수필처럼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문예 창작은 운문이든 산문이든 그 장르를 막론하고 정서와 사상과 상상을 본질적 요소로 합니다. 그래서 문예창작을 정서와 사상을 상상적으로 처리하는 언어 미학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수필은 정서를 중요시하죠.

인생이 자기 실현의 무대라면, 수필창작은 어디까지나 자기 표현의 구체적인 수단이 됩니다. "인생을 수필처럼 산다"는 것은 바로 자기 생활을 정서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뜻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인생을 수필처럼 살 수 있을까요? 부드럽고 아름다운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자연을 위시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에서 오는 자극, 자기 자신에서 우러나는 갈등 등으로 유발되는 우리 감정을 일단 부드럽게,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여유를 두고 일으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연 환경을 보면 아름다운 쪽으로 생각하고, 남의 말이나 행동에 부딪히면, 선한 쪽으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문제라면 희망적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해 나가면 여유가 생깁니다. 여유가 생기면 정서는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바람직한 정서를 능동적으로 길러 나가야 하겠습니다. 마음이 즐거울 때면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즐거운 음악이 흐르면 춤도 추어보고, 소설을 읽다가 슬픈 주인공을 만나면 눈물도 흘리고, 감명 깊은 시를 읽으며 감동도 해보고, 서예나 회화에서 아름다움도 찾아내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시도 지어보고, 문학 세미나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서 순화의 생활을 통해 자기 정서를 스스로 가꾸어 가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정서적인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합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곧 우리 자신들의 정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꾸어 주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서재에 꽃을 꽂고 뜰에 화단을 가꾸고 자연을 보호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자연에서 오는 정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인간 관계의 사회 환경에 있어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보내주고, 다툼이 있는 곳에 화해를 이루어 주고,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실어 줄 수 있는 언어와 행동을 함으로써 정서적 분위기를 부드럽고 맑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이 밝은 정서적인 사람만이 수필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정서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멋"이라 합니다. "멋있는 사람"이란 정서가 풍부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언어를 감정 그대로 노골적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부드럽고 윤택하게 각색해서 함축성 있게 표현하는 데서 풍기는 분위기, 그것이 곧 멋입니다. 수필처럼 산다는 말은 멋지게 말하고 멋지게 행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하면 멋진 언어가 저절로 구사되고, 멋진 행동이 저절로 나올까요? 마음 속에 맑고 깨끗한 거울을 달아 두어서, 언제나 자신의 영혼을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마음 속에 해맑은 옹달샘을 파두어서 넘쳐흐르는 물로 마음에 묻은 얼룩과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깊고 은은한 소릴 내는 종을 달아 두는 것도 좋겠지요. 양심의 종을 스스로 울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마음의 눈도 밝아지겠지요. 마음 속에 작은 꽃씨를 가져서 항상 자신의 주변을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지혜도 중요합니다.

현대인은 악조건의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자연히 정서도 메말라 갑니다. 살기에 바쁘고, 동서, 빈부 등 사회적 대립에 따른 마음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아 우리 사회는 부드럽지 못하고 각박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수필처럼 살기가 힘듭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정서적인 분위기에 빠질 수 없다는 거죠. 못 마시는 술잔도 권하는 이 있으면, 마셔도 보고, 손 잡아 끄는 이 있으면, 못 추는 춤이라도 추어 보셔요. 마음 속에 장미 꽃을 피우듯이 아련한 그리움도 가져 보세요. 고리 타분한 인습이나 관습에 메여 자신의 감성을 구박하지 마셔요. 때로 흐르는 물처럼 마음이 가는 곳으로 자신을 가져 가 보셔요. 자아의 주인은 "내"라는 주체 의식을 가지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세요. 때로 어머니, 아내, 며느리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고 여자라는 생각을 해 보세요. 바람직하지 못한 일상이라면 일탈이 유의미한 게 아닐까요?

극즉반. 극에 달하면 되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순환성이 있어 인생살이는 매력을 갖지요. 세상사 시비나 선악의 기준이 어디 영원하던가요. 똑 같은 행위도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라 하잖아요. 인습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멀리 보내고 눈물짓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 의 옥희 어머니처럼 바보처럼 살 건가요.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는 공지영처럼 당당히 살 건가요. 인생을 수필처럼 산다는 건, 똑바로, 모나게 사는 게 아니고, 호박 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하게 사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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