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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미 문학칼럼: 말복

복 중복 지나 어느새 말복
90도 100도를 넘나들며 계속되는 무더위가

참으로 혹독하다
말 없는 고문이다

후끈 달아오른 대지의 풀과 나무는 생기를 잃고



호흡할 수 있는 모든 생물이 그늘을 찾아 머문다

8월의 절반을 지독한 감기로 고생했지만
그래도 기도하기를
삶을 사랑하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육신의 고통은 오히려 나를 더욱 겸손한 자리에 머물게 하고
감사로 두 손을 모으게 하였다
희망과 절망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사랑과 미움
이 모두가 하늘이 주신 삶의 한 과정이 아닌가

지금쯤 폭염의 저쪽 끝에선 아마도

가을이 올 채비를 마치고 다소곳이 바람을 모으고 있을 거야
하늘 높고 햇살 고운 수확의 계절이 되면
알알이 익어간 열매마다 한 마당 결실의 축제에 초대되고
수고한 자들의 기쁨에 참여하겠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오늘 말복
점심시간이 지나 조금은 한적해진 단골 식당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웃음으로 주고받는 이야기


젊은 꿈이 아니어도 좋다

잘 다듬어진 언어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그저

생명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 주심에 감사하고

서로 같이 있어 더욱 감사하다

삼계탕 한 그릇에 행복이 가득한 날
오늘은 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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