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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사] 갈피를 못 잡는 표준발음 논쟁

한국은 지금 상당한 언어의 혼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국립 국어원에서 형용사를 동사로 바꾼다고 하지를 않나,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이 모든 사람이 여태껏 된소리로 발음하던 단어를 우리가 평상시에 발음하는 것과 달리 마치 한글을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발음해서 듣기에 무척 부자연스럽고 거북한 방송을 하고 있다. 물론 아나운서는 표준 발음을 사전에 맞추어 누구보다 정확하게 말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아나운서는 사전에 나와 있는 표준발음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발음하도록 훈련받고 방송에서도 그대로 구현한다. 예를 들면 된소리 발음을 안 해 효과를 효꽈라고 발음하지 않고 효과라고 발음을 한다. TV로 올림픽에서 유도경기를 중계할 때 아나운서가 “우리 선수가 효과를 하나 따냈습니다”고 크게 외치는 경우가 있다. 유독 아나운서만 ‘효꽈’라고 하지 않고 ‘효과’라고 발음하니 듣는 사람의 김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된소리인 효꽈가 표준 발음이 아니라고 해서 효과라고 한다면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고조된 감정과 흥분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약속된 것이므로 몇몇 학자들의 견해나 의견으로 인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언어의 생성과 발전, 변천과 소멸의 모든 과정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 집단의 합의와 약속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관건’과 ‘교과’도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은 이들 단어의 발음도 된소리를 인정해 사전에 추가했다. 앞으로는 아나운서든 일반인이든 이들 단어를 편리한 대로 ‘관껀’ ‘교꽈’로 읽어도 된다. 한동안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고집을 해서 언어생활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2010년 2월 이를 국어심의회에 상정해 논의를 거쳐 2011년 8월 짜장면을 표준어로 확정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상에서 쓰는 ‘오지다’라는 말도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는 의미인 ‘오달지다’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했다가,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사이트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 ‘오지다’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오달지다’의 뜻으로 쓰였다면 표준어로서 쓸 수도 있다”고 말해 획일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것은 국립국어원의 주체성이 부족한 임기응변식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아나운서들의 잘못된 표현도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나무뿌리를 ‘가늘다’, ‘굵다’가 아니라 ‘얇다’, ‘두껍다’고 말하는가 하면, 허벅지가 굵다, 가늘다가 아니라 얇다, 두껍다고 표현하고 ‘가리키다’와 ‘가르치다’도 제대로 구분을 못 하고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나운서들조차 이러니 출연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이것은 된소리를 쓰고 안 쓰는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뜻 자체가 다르게 전달되는 것인데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어를 누구보다도 올바로 사용해야 하는 방송작가나 진행자들도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김태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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