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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홍 신부 칼럼] 마음에 두는 사람

성공회대학교 교수였던 신영복 선생은 삶을 이렇게 가르쳤다. “사람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삶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사람의 준말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그렇게 사람으로 삶을 살다 돌아가셨는데 지인의 말에 의하면 암의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자 당신 스스로 곡기를 끊고 마지막을 준비하시고 가셨단다. 마치 고승들이 입적하듯이 육신의 고통 가운데도 정신이 살아 계셨던 분이었다. 그분은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동학의 인내천사상처럼 사람 안에 있는 신성을 귀하게 생각하고 모든 사람에 대해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계셨던 것은 분명하다. 요즘은 사람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돈을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포기하고 사는 이들이 많다. 세상 부모들도 자녀들의 효심을 돈으로 평가한다니 돈 없는 자녀는 효도하기도 어렵다.

신영복 선생님은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좋아하셨다. 아마도 20년이 넘는 수감생활로 인하여 사회와 단절되어 사는 동안 사람에 대해 그리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도 늘 제자들과 직원들과 어울려 공을 차셨는데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차별하는 법이 없었다. 사람이 잘나고 못나고는 별 차이가 없으니 더불어 숲을 이루어 살자고 하셨다. 더불어라는 우리 말이 생각할수록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안에 평화스러움과 정이 듬뿍 담겨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는가? 세상일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다. 평화를 이루고 정의를 이루어 내는 것도 함께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함께 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사람의 근본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은 신앙생활도 하고 좋은 책을 통해서 자기를 수련하지 않는가? 좋은 인격을 만드는 것은 내 안에 있는 크고 작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마음을 비운다고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세상은 바보라고 한다. 그러나 욕심 때문에, 남보다 더 가지려고 하다가 사람을 잃는 것을 본다. 어떤 사람이 꾸어준 돈을 받지 못했다. 채무자를 찾아가니 그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먹을 것조차 없더란다. 그 삶이 불쌍하여 쌀을 가져다주고 오히려 위로해 주었더니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그나마 사람에 대한 의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돈은 어차피 잃었지만, 사람은 잃고 싶지 않았다. 재물은 있다가도 없어지지만 모든 사람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들이다. 그러니 환경이 변한다고 의리를 저버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 어디에도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 나를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할 사람도 없다. 솔직히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고 스스로 실망하지 않는가? 이것이 사람이다. 그러므로 부족한 사람에 대해 연민을 갖고 바라보자.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표현하며 서로를 너그럽게 껴안고 살면 좋겠다. 잘나면 얼마나 잘나고 부족하다고 실망할 것 없다.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짧은 인생길을 함께 가노라면 언젠가는 함께 웃으며 기뻐할 날도 오지 않겠는가?



벌써 1월이 다 지나간다. 새해에 품은 소망을 잘 간직하여 사람과 삶을 깊이 생각하며 살만한 한인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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