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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힘] 공학도의 시원한 일탈, 이다솔 양

“즐겁게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해요”

“댄스를 안 했다면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몰라요.”

“전공이 댄스?” “아뇨. 전공은 컴퓨터 사이언스예요.”

버지니아 대학교 컴퓨터 사이언스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다솔(레이첼 리) 양을 만나게 된 계기다. 이 양은 현재 대학 내 프로댄스팀인 ‘아카데믹스 댄스 크루(AKAdeMiX Dance Crew)’에 소속돼 있으면서, 외부적으로 K-POP에 관심있는 다국적 학생들과 ‘K-엣지(Edge)’라는 댄스팀을 따로 만들어 아티스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을 한다고 전공인 공학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이 양은 라우든카운티 과학영재고등학교에 재학 중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전세계 최우수 학생이 모이는 국제 과학 대회에서 실험리서치 부문 최우수 입상을 하고, 현재 재학 중인 공대에서도 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진정 아이가 즐긴다면 밀어주는 엄마



이쯤 되면 다들 천재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양은 이에 대해 100% 이상 노력이라고 단언한다. 이 양은 “어릴 때 노래를 좋아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를 못해서 다른 즐거움을 찾다가 댄스를 택했죠”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엄마였다. 중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K-POP에 빠져 춤추는 딸의 모습에 10%는 저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딸에게 몸치라고 한마디 했다가 되레 오기를 불태운 결과를 낳았다. 이 양은 “엄마는 제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몰랐겠지만 사실 밤마다 몰래 동영상 보고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공부해야 할 나이에 댄스에 빠진 딸이 걱정되는 건 부모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이 양은 본격적으로 8~9학년 때부터 친구들을 모아 K-POP 댄스 동아리(Seoul Bit Korean Dance Group)를 만들었다. 이 동아리 첫 공연에 엄마를 초대한 게 결국 엄마를 지지자로 만들게 된 계기다. 엄마 김명희씨는 “아이를 키우며 늘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공연을 보고 이 아이가 또 진짜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느끼고 조용히 밀어주기로 마음먹었죠”라고 말한다.

스스로 삶의 활력소를 찾는 아이

이다솔 양은 엔지니어인 이태용씨와 화가인 김명희씨의 둘째 딸이자 미국에서 자란 이민 2세대다. 엄마 김 씨는 “아이들이 우리 세대와는 달리 자라기를 원했다”며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며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많이 이끌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양은 어릴 때부터 함께 활동한 오케스트라 친구들을 모아 북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 댄스 동아리는 물론 인근 한인 고등학생을 모아 ‘버라노 앙상블’을 만들어 지역 커뮤니티에 봉사연주를 하거나 웨딩마치연주를 하기도 했다. ‘버라노 앙상블’은 아직까지 한인 고등학생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단다.

또 비영리 단체인 ‘운다소노 합창단’에서도 활동을 했다 하니 공학도의 완벽한 일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양은 “주변 친구들을 보면 지나치게 공부만 하다 대학에 와서, 학과 생활에 재미도 못 붙이고 지나치게 힘들어하는 아이도 많다”며 “재미없는 공부를 견디려면 분명 이를 벗어나 자신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자신이 만든 K-POP 그룹에서 활동하다 뒤늦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 가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며 자신의 소신을 자신 있게 밝힌다.

김명희씨에게 부모의 역할에 대한 짧은 생각을 물었다. 김 씨는 “뭔가를 시작하면 아이 스스로 해보고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제야 레슨을 해 준다든가, 관심을 가지면 뒤에서 알려주고 말을 해주고 싶지만 참았다”며 “부모가 먼저 나서기 전에 아이들이 하는 걸 지켜보고, 어른이 할 수 있는 간식 조달이나 장소 대여 같은 부분만 도와주면 아이는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넌지시 조언을 건넨다.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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