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 광장] 행복은 모자람에도 있다

작은 마을에 좀 모자란 듯한 남녀가 만나 부부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똑똑하진 못했지만 정직하고 근면했다. 하루는 항아리를 사러 장터엘 나갔다. 마침 항아리 장수는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항아리를 죄다 엎어 놓았다.

부부는 그 항아리를 보고 "어라! 이 항아리들은 아가리가 없네?" 그 말을 들은 항아리 장수는 얼른 항아리를 뒤집어 보였더니, 부부는 "아이고! 항아리가 밑구멍까지 빠졌네"라며 발길을 돌리려 하자, 항아리 장수는 이들을 순진하고 친근하게 여겨 항아리 가격도 많이 깎아 주었다.

남편은 지게의 양쪽 끝에 항아리를 매달아 물지게를 만들었다. 샘터는 멀리 있었다.

남편은 매일 조석으로 열심히 물을 길어 날랐다. 하루는 아내가 항아리의 물을 물통에 붓다가 그만 미끄러져 항아리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지만 금이 가고 말았다. 그래도 남편은 아무런 불평 없이 열심히 물을 날랐다.



샘터에서 출발할 땐 양쪽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웠지만, 집에 도착하면 늘 왼쪽 항아리는 물이 절반으로 줄었다. 남편은 부족한 물을 채우기 위해 한 번 더 샘터를 다녀와야만 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와 함께 샘터로 물을 길으러 갔다. 물지게의 양쪽 항아리에 물이 철철 넘치도록 채운 후, 남편은 앞서고 아내는 뒤를 따랐다.

오늘도 왼편 항아리에서는 물이 새고 있었다. 앞서가던 남편은 뒤를 돌아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길 양편을 좀 봐. 오른쪽 길섶은 풀 한 포기 없는 맨땅이지만, 왼쪽 길섶은 풀이 무성하고 아름다운 꽃들도 제법 보이지? 이게 다 금이 간 항아리 덕분이지!"

이 우화는 완벽을 추구하고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오늘의 우리들 사회에 모자람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세상이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은 왜일까? 혹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 때문은 아닐까?

철학자 플라톤은 5가지의 행복의 조건을 제시했다. 먹고 입고 생활하기에 좀 부족한 듯한 재산,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용모, 자신의 실력에 비해 부족한 명예, 중간 정도의 체력, 청중의 절반 정도 박수를 받을 말솜씨다.

2004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조지 W. 부시(공화당)와 존 F. 케리(민주당)의 대결이었다. 90분간 치열하게 맞붙은 TV 토론은 총만 들지 않았지 기실 "말로 하는 OK목장의 결투"였다. 부시 후보의 말은 문법도 틀리고 어법과 발음도 어눌하여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그의 어리숙함에 친근감을 느꼈고, 짧게 끊어 말하는 연설에서는 박력과 신뢰를 느꼈다고 한다. 반면 케리는 박식하고 경험적인 실력과 언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공감은 얻지 못했다.

행복과 성공은 계산이 재빠르고 영악이 넘치는 똑똑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옛말에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어딘가 모르게 좀 어리숙하고 순진한 사람에게서 오히려 친근감을 느낀다. 금년에는 있으면서도 없는 듯, 알면서도 모른 척, 좀 어리숙하게 낮은 자세로 살아 보고 싶다.


이보영 / 수필가·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