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백악관의 매그놀리아 트리
매그놀리아 트리(Magnolia Tree)는 백악관 정원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미국의 39명 대통령 재임 기간 꿋꿋이 서 있었다. 무성한 푸른 잎들은 외국에서 방문한 귀빈들에게 그늘을 드리워 주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할 때나 각료들과 회의할 때도 이 나무 밑에서 개최할 때가 많았다. 대통령 이취임식, 비행기 추락사고, 39명의 대통령의 승리와 실패 등을 옆에서 지켜보며 잘 자라 주었다. 주렁주렁 열린 아이보리색 꽃들은 전쟁 시에나 평화 시에나 변함없이 아름답게 피었다.이 나무는 미국의 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이 자기 고향 테네시 농장에 있는 별장에서 옮겨와 심었다. 대통령으로 당선 직후 며칠 만에 부인 레이첼이 죽자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이 나무를 기념 묘목으로 심었다. 1835년에 심어진 이 나무는 키가 처음에 3피트도 채 안 되었는데 지금은 백악관 2층 높이 만큼 자라 주었다.
잘 자라주던 나무는 수십 년 전부터 병들기 시작했다. 나무 속이 썩기 시작해 속이 텅 빈 껍데기만 지탱하고 있었다. 철 기둥과 케이블로 묶어 넘어지지 않도록 잘 유지해 왔으나 최근에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비행기 추락사고가 이 나무 앞에서 일어난 후 추락 시 강한 바람으로 파편이 날아와 나무의 큰 가지가 잘려나가 그 때부터 나무가 병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역사적인 나무이므로 백방으로 살려 보려 노력했지만 이곳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 부인이 나무를 자르는 것을 승인했다고 한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이 나무 밑에서 그의 각료들과 식탁에서 회의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이 나무 그늘에서 회의 했다고 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사임하고 마지막으로 이 나무 옆을 걸어서 지나갔다고 한다. 이 백악관 나무 그림은 20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다. 잘라 낸 나무는 버리지 않고 보존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동물이나 자연이나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부었지만 살아남지 않고 죽어 버릴 경우 그 상실감이 엄청 큰 것이다. 소와 40년을 생활하면서 사랑을 쏟아부은 이충열 할아버지의 유별난 소 사랑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워낭소리'는 인간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 것이다. 소는 원래 수명이 15년이라는데 사랑을 먹고 자란 소는 40년의 수명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이 소가 늙어 죽자 할아버지도 1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 집 앞 마당에 팜트리 다섯 그루가 20년 넘게 잘 자라고 있었는데 10여 년 전 심한 폭우로 뿌리째 뽑힌 채 넘어졌다. 살려 보려고 다시 심었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뿌리째 뽑혀 죽어간 팜트리가 그리워 시를 써서 나 자신을 위로했다.
다섯 그루의 팜트리/문 앞에 서 있었다/어느 날 폭우가 시샘이라도 했는지/한 그루의 팜트리 넘어뜨렸다/남은 팜트리가 오늘따라/휘어진 이파리 가지에 걸린/달빛을 나부끼고 있다/얼그미 빗처럼 벌어진 잎사귀 사이로/실눈 같은 초승달이/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달밤엔/별빛이 나뭇잎 끝에 오색 꽃을 피운다/가을바람이 스산하다/죽어간 팜트리 생각에/이 빠진 잇몸처럼 몸살을 앓다가/그 빈자리에 내가 들어선다.
김수영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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