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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들 뭉쳐서 '괴물'됐다

[story in…]
NHL 작년 창단한 베이거스
다른 팀서 버림받은 선수로 구성

신생팀 첫해에 스탠리컵 진출
'총기 참사 눈물을 미소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31번째 신생 구단인 베이거스 골든나이츠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고 있다.베이거스는 지난 20일 열린 NHL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결승 5차전에서 위니펙 제츠를 2-1로 꺾고, 4승1패로 스탠리컵 결승(NHL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NHL 사상 신생팀이 첫해에 스탠리컵 결승 무대에 오른 것은 1968년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이후 50년 만이다.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에는 4대 프로스포츠(야구·프로풋볼·농구·아이스하키) 연고 팀이 없었다. 연간 방문자 4000만명의 라스베이거스는 스포츠 관광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연고 팀 유치에 나섰다. 연 1500억 달러인 스포츠 베팅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도 유치에 나선 이유 중 하나였다. 베이거스는 결국 지난해 가입비 5억 달러를 내고 NHL의 31번째 신생팀이 됐다. 라스베이거스 연고 최초의 프로팀이기도 하다.



이번 베이거스의 선전은 '기적'이나 '이변'에 가깝다. 베이거스는 고액 연봉 스타가 한 명도 없다. 팀내 최고 대접을 받는 골리 마크 안드레 플러리(34)의 연봉 575만달러는 올 시즌 최고액 선수인 패트릭 케인(시카고 블랙호크스·138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골든나이츠는 오히려 지난해 6월 창단 때 기존 30개 팀이 "쓸모없다"며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선수들로 짜인 '퇴물 집합소'였다.

그러나 '여기서도 밀리면 끝'이란 절박함 속에 뭉친 선수들이 정규 시즌 시작하자마자 기존 팀들을 파죽지세로 눌렀다.

이전 소속팀에서 '골 못 넣는 선수'로 평가받아 4라인에서 몸싸움을 주로 맡았던 공격수 윌리엄 카를손(25)은 올 시즌 43골 35어시스트로 MVP급 활약을 펼쳤다. 앞선 3시즌 18골 32어시스트 성적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조너선 마세슈(28)는 아예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조차 되지 않았던 선수다. 지난 시즌 플로리다 팬서스에서 30골을 넣었음에도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팬서스의 버림을 받은 마세슈는 올 시즌 27골 48어시스트로 카를손과 함께 최강의 공격 라인을 구성했다.

2009년 피츠버그 펭귄스의 우승 멤버였지만, 2016년과 2017년 우승 때 벤치 신세였던 골리(골키퍼) 플러리도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3골만 내주며 완벽히 부활했다. 각 팀에서 쫓겨난 선수들을 절묘한 용병술로 최강 멤버로 만든 제라드 갤런트(55) 감독 역시 지난 시즌 플로리다 팬서스에서 해고의 아픔을 겪었다.

한편 지역지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은 '골든 나이츠가 라스베이거스의 눈물을 미소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를 겪었다. 야외 콘서트장 총기 난사로 58명이 사망했고, 500여명이 다쳤다.

베이거스는 홈 개막전 때 헬멧에 '베이거스 스트롱(라스베이거스는 강하다)'이라고 적고 경기에 나섰다. 허리케인 하비 피해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H Strong(휴스턴은 강하다)'란 패치를 달고 월드시리즈에 출전해 우승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본뜬 것이다. 지역 단합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역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베이거스를 응원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은 1만7500석인 홈구장 T-모바일 아레나를 항상 가득 채운다. 베이거스는 동부 컨퍼런스 우승팀과 스탠리컵 주인을 가린다.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선 3승2패로 앞선 탬파베이가 워싱턴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이승권·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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