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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짜깁기 인생

손님이 아주 오래된 양복 상의를 가져 왔다. 좀이 먹어 구멍이 났다. 짜깁기를 해야 된다고 시무룩한 얼굴 표정이다. 지금은 짜깁기하는 사람이 없으니 가지고 가라고 했다. 손님은 놓고 가겠으니 알아봐 달라고 했다.

지금 양복은 날씬하고 모양도 좋아 새로 구입 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짜깁기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좀 지나친 낡은 생각이 아닐까 의문을 던졌다. 그래도 손님은 그 옷이 꼭 필요하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그 손님 때문에 짜깁기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문이라면 동년배의 부모였고 결혼식은 동년배의 자녀 혼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동년배 장례식에 참석하는 기회가 늘어났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이승을 하직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얘기를 나누다 순탄하게 살다 가는 사람이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성공한 사람이요 부족한 게 없을 것 같았는데 갖가지 상처로 아프고 애태우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위로해 주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한다. 살다가 어려움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생겨도 현재 가진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짜깁기 인생을 살다 보면 희망이 생겨나게 된다. 씨실과 날실을 잘 엮어 인생의 흠집을 짜깁기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잘 산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잘 산 사람이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이거나 흔히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씨줄과 날줄이 더 곱고 견고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느 교인의 장례식에서 젊은 목사님의 말씀이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는 가족이 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는 혼자인 사람도 있다. 목사님께서 그 사람의 아들, 딸, 친구에게 연락을 누차 했는데도 장례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문득 훗날 뒷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평가할까 싶어 조심스럽다. 마음에 남은 인생을 내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해본다. 하는 데까지 하다가 내 힘으로 부족한 것 내가 못하는 일은 남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내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나도 다른 방법으로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편이 없는 것보다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는 게 더 견디기 어렵다며 오래 사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친구들과 푼푼하게 정을 나눌 기회를 많이 만들고 이웃과 정담하며 지내려고 노력해야겠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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