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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비행기' 날리던 소년이 성년되어…'꿈의 비행기' 만든다

'보잉 787' 제작 참여 정선민씨, 볼리비아 오지서 꿈 키워…하버드 대학원 조기 졸업

시애틀 소재 보잉사에서 최신 787기 제작 팀원으로 근무하게 된 정선민씨가 보잉 747기 모형을 들고 있다.

시애틀 소재 보잉사에서 최신 787기 제작 팀원으로 근무하게 된 정선민씨가 보잉 747기 모형을 들고 있다.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다.

가볍게 날아오르는 순간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 벅찬 희열을 맛본다. 그 닿는 곳이 어딘지 몰라도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남미 볼리비아 오지에서 한 소년이 쏘아올린 그 종이비행기는 대도시 뉴욕과 하버드대학 캠퍼스를 거쳐 '비행기 마을'인 보잉사에 안착했다.

20대 한인이 하버드 대학원에서 1년만에 학위를 취득하고 차세대 첨단 항공기 제작에 투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선민(23)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5살때 선교사인 부모 손을 잡고 볼리비아 샌타크루즈로 이주했다. 전기와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낙후된 촌이다.

지루한 환경속에서 꼬맹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미국인 선교사가 세운 작은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어린 나이라 아무 것도 몰랐지만 영어 공부를 재미있어 하면서 막연히 미국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을 거예요."

기회는 왔다.

9학년때 미국 선교팀의 스패니시 통역을 돕게 됐고 그들이 전해준 미국의 학교 생활은 낭만적 그리움으로 가슴 깊이 남았다.

이후 선교사들은 책 한권도 구하기 어려운 소년에게 우편으로 SAT 관련 책을 보내줬고 미국 대학에 대한 각종 정보도 보내줬다. 소년은 곧바로 '꿈의 종이비행기'를 접듯 열심히 공부했다.

정군은 놀랍게도 불과 2년여 만에 2300점 이상의 SAT 점수를 받았다.

대학 진학을 앞둔 정군은 큰 도시에 살고 싶어 뉴욕을 택했고 전액 장학금을 제시한 콜럼비아 대학에 진학했다.

밀림에 둘러싸였던 소년은 이제 청년이 돼 거대한 빌딩 숲 한복판에 서게 됐다.

비행기를 좋아하고 조립에 재능이 있던 정군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학교 공부도 재미있었고, 특히 그렇게 보고 싶었던 한국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어 행복했다.

“한인 학생회 활동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고 그리운 나라, 한국을 배우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정군은 대학 2학년 때 삼성전자 인턴을 거쳐 이듬 해 보잉사에서 인턴을 한 인연으로 대학 졸업 후 보잉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종이비행기는 더 높은 곳으로 날고 싶었다.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했다. 보잉사는 그의 꿈을 전폭 지원했고, 정씨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지난 6월 하버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씨는 2010년 생산을 목표로 한 보잉사의 야심작 ‘보잉 787 드림라이너기’의 제작팀에 배치받은 상태다.

“꿈꾸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어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은 것이 ‘날을 수 있는’ 힘입니다.”

파르르 흔들거리며 날던 종이비행기는 그렇게 최첨단 비행기가 됐다.

곽재민 기자 jmkwa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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