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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트럼프의 '시한부 김정은 사랑'이 식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깜짝쇼'도 있었지만 지난해 6월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 오히려 북핵 문제는 지금 30년 역사상 최대 변곡점을 향하고 있다. 향후 1~2년은 한반도 정세를 결정짓는 시기일지 모른다. 주변적 요소들을 치워놓고 다음 다섯 가지 핵심요소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작다. 북·미 협상을 통해 '영변 플러스알파'가 해체되기 시작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북핵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대미 억지력 확보다. 따라서 미국 본토 공격능력, 즉 핵을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능력은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미국은 어느 대통령도 북한의 대미 억지력 완성을 의미하는 '핵 ICBM' 완성을 용인하기 어렵다. 인도·파키스탄의 중거리 핵미사일과는 달리 북핵은 워싱턴을 겨냥하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최악의 인권 유린국이자 세습 독재체제이며, 중동에 핵을 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다.

셋째, 북핵은 은밀한 곳에서 알 수 없는 속도로 양적 팽창과 질적 고도화를 계속하고 있다. 2017년 핵 ICBM을 90% 정도 완성한 이래 테스트는 안 하고 있지만, 얼마 후 실전배치 가능한 정도로 완성될 것이다. 미국도 그것이 언제일지 잘 모른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전에는 북핵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를 바라며, 재선 후에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다섯째,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는 피폐해지나 중국의 도움으로 당장 정권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요소들을 결합하면 2020년 11월 미 대통령 선거까지는 평화 무드가 유지되고 비핵화 협상에도 부분적으로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미국·중국·북한 모두 서로 다른 이유로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의 핵 ICBM 완성은 미국에 큰 결심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북한도 극도로 조심하고 있는 레드라인이다. 북한은 그 직전까지 가더라도 미국에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같은 이유로 ICBM 테스트를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을 두려워하는 중국은 김정은의 생명줄을 연장해 주면서 이 레드라인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의 레드라인 일치는 한반도 지정학의 역설이다.

그다음 문제는 북한이 언제까지 레드라인 직전 상태에서 멈춰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이 영원히 거기 서 있다면 한반도 상황에 근본적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 북핵은 계속 위협적이긴 해도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행동 반경과 핵우산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물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것은 죽기만큼 힘든 일이다. 워싱턴을 타격하는 핵미사일 능력이 완성되려는 순간, 한반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트럼프는 그 시점이 반드시 재선 후가 돼야만 한다는 실리적 계산 하에 '시한부 김정은 사랑하기'에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또는 그전에라도 상황이 바뀌면 사랑은 바로 식을 수 있다.

미국 같은 강대국은 국가 전략을 중시한다. 미국은 내일 본토에서 핵이 터질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오늘 한반도에서 선제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카드를 동원해 대북 봉쇄 작전에 돌입할 수도 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험한 시나리오에 우리는 지금 무슨 대비를 하고 있나. 미국의 파트너로서 전략적 대안과 옵션을 협의하고 있나.

외교와 국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국가안보 문제를 낙관론에 근거해 다루면 나라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


황준국 / 전 주영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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