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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탈진할 때까지 뛰는 열정이 필요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10/10 스포츠 2면 기사입력 2017/10/09 21:10

안정환 위원이 말하는 위기 해법

지난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에서 2-4로 진 뒤 어두운 표정으로 운동장을 떠나는 한국 축구대표팀 모습. 팬들의 신뢰를 잃고 비판의 한복판에 놓인 한국 축구를 향해 안정환 해설위원은 “경기 후 탈진할 정도로 뛰는 열정을 보이라”고 조언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난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에서 2-4로 진 뒤 어두운 표정으로 운동장을 떠나는 한국 축구대표팀 모습. 팬들의 신뢰를 잃고 비판의 한복판에 놓인 한국 축구를 향해 안정환 해설위원은 “경기 후 탈진할 정도로 뛰는 열정을 보이라”고 조언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팬들 분노, 잘하라는 관심 표현
한 사람 아닌 축구계 전체의 책임
욕 먹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부족하다는 걸 알고 모든 것 쏟아
경기력 높이면 신뢰 되찾을 것
오늘밤 모로코와 평가전 주목


한국 축구가 연거푸 ‘헛발질’ 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9, 10차전에서 무득점으로 비기고 힘겹게 본선에 올랐다. 그런데 경기 후 헹가래로 자축했다. 팬들은 이 소식에 분노했다.

대표팀은 지난 7일 국제축구연맹(FIFA) 64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졌다. 한국은 러시아보다 13계단 높은 51위다. 평가전일 뿐이고 해외파로 팀을 급조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팬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 역부족이다.
급기야 일부 팬들이 지난 8일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히딩크 사랑해요’,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앞세운 채 축구협회 집행부의 각성과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 영입을 촉구했다.

위기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까지 거머쥔 상황에서 이 정도 분위기일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무엇이 문제며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까.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중 한 명인 안정환(41ㆍ사진) MBC 해설위원에게 ‘길을 잃은 한국축구’에 관해 물었다. 안 위원은 현역 시절의 대담한 플레이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말했다.
.-많은 팬이 한국 축구를 비난한다.
“한국 축구가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다 축구인들 잘못이다. 대표팀도, 축구협회도, 심지어 축구계를 떠나있는 나도 잘못했다. 누군가를 지목해 책임을 묻는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 축구와 팬들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건 아닐까.
“팬들은 응원할 수도, 욕을 할 수도 있다.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언성을 높인다. 관심이 없으면 비난도 안 한다. 러시아는 월드컵 개최국인데도, 한국 평가전 날 모스크바의 경기장을 가득 채우지 못했다. 욕먹는 것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태용 감독 교체론까지 나온다.
“신태용 감독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나고 좋지 않은 상황에 팀을 맡았다. 그런데도 최종예선을 통과시켰다. 아직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는데 감독을 흔들고 있다. 감독이 흔들린다면 선수가 신뢰하겠는가. 신 감독이 ‘안이하고 방심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고 한 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이 지난 6일 프랑스 칸에서 히딩크를 만났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기간에 방송해설을 하기로 되어 있어 공식적인 역할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축구협회가 안이하게 늑장 대처한다는 점이다.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 측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접촉이 왔던 사실을 감췄다가 번복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술 및 피지컬 분야의 외국인 코치 영입 계획을 발표하고도 몇 달째 소식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축구협회 일부 임직원의 비위도 여론 악화에 크게 작용했다. 팬들은 분노했지만 정작 축구협회는 홈페이지에 사과문만 하나 게재했을 뿐, 축구협회 고위 책임자들의 사과는 없었다.
-히딩크 감독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보나.
“내가 히딩크 감독이라도 한국에 오지 않겠다. 이미 큰 성공을 거뒀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금의 영광이 수포가 될 것 아닌가. 정말 히딩크를 원했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났을 때 종신 계약을 제안해서라도 데려왔어야 했다.”
-히딩크 감독도 평가전에서 숱하게 패했고, 월드컵 개막 5개월 전 미국 전지훈련 때는 ‘히딩크를 잘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히딩크 감독도 흔들릴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위기 때마다 경기력이 좋아졌다. 지금 대표팀도 러시아에 2-4로 졌지만, 다음 경기에 3-4로 지고, 그 다음엔 비기고, 그 다음엔 이기면 된다. 물론 아시아와 예선전 상대의 레벨은 다르지만,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는 월드컵 본선행조차 불투명하다.”
-월드컵 4강 진출의 경험에서 볼 때 후배들에게 어떤 얘길 해줄 수 있나.
“당시 우리는 스스로 부족한 걸 알았다. 선수는 프로팀에서 자신을 위해 뛰어야 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자신이 아닌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한다. 팬과 언론이 욕한다고 기분 나빠해서만은 안된다. 나라를 위해 뛰다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나는 경기 후 탈진해서 밥도 못 먹고 토하기도 했다. 국민이 대표선수들에게 그런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닐까.”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각) 스위스 빌/비엔에서 모로코와 평가전을 한다. 모로코도 FIFA 랭킹은 한국보다 낮은 56위다. 하지만 전력이 만만치 않다. 아프리카 3차 예선에서 C조 선두(2승 3무)다. 5경기에서 9골을 넣었고 실점은 없다.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지난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에서 2-4로 진 뒤 어두운 표정으로 운동장을 떠나는 한국 축구대표팀 모습. 팬들의 신뢰를 잃고 비판의 한복판에 놓인 한국 축구를 향해 안정환 해설위원은 “경기 후 탈진할 정도로 뛰는 열정을 보이라”고 조언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난 8일 월드컵 예선 가봉전에서 해트트릭을 한 모로코 공격수 부타이브(오른쪽).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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