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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자신 먼저 사랑하기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

사랑과 자비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효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이 말이 내겐 한동안 낯설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재산이나 학벌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의지도 약한 것 같고, 머리가 나쁘면 노력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격이 원만한 것 같지도 않다. 어느 것 하나 썩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나이 60쯤 되었을 때, 인간과 세상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리라는 나름 거창한 목표를 갖고 출가수행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갈수록 사람과 세상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요즈음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다. 쉽게 중도 포기하는 것이 일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3일 넘게 결심을 지속시킨 것에 대한 박수보다는 중도 포기한 것에 대한 비난과 자책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만물의 영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어리석고 무지한,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인격의 완성과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제대를 하고 오랜만에 영어수업을 들었다. 첫 시간부터 교수님께서 갑자기 작문을 하라 신다. 대부분의 복학생이 중학교 수준의 작문노트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수준 낮은 작문실력을 나무라는 교수님에게 복학생 동기가 한 대답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영어를 못하니까 배우러 학교에 다니죠, 영어 잘하면 이 수업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교수님이나 학생들 모두 웃고 넘어갔지만,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모르고, 실수하는 건 학생만이 갖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영어는 일정기간 노력하면 어느 정도 마스터 할 수가 있고, 교수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겨우 알 듯 말 듯 한 게 인생이라고들 한다. 시행착오와 실수,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이해되고 용납될 수 있는 일종이 특권이라면 특권이겠다.

사회에서도 학생과 미성년자는 많은 보호와 배려를 해준다. 인생이란 과목에 한해서 인간은 영원한 학생이고, 미성년자 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질책과 다그침보다 격려와 사랑이 더 필요한 이유이다.

불가에서 이 세상을 '사바세계(참고 또 참아야 하는 세계)'라고 한 것이나, 대종사께서 세상 일이 십 분의 육만 뜻에 맞으면 그에 만족하고 감사를 느끼라고 하신 것 모두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반증한 것이리라.

우리는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들이고, 인생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넘어지고 실수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성공신화'에 사로잡혀 얼마나 자신을 다그쳐 왔는가.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애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송년이 되길 염원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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