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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터널의 끝을 비추는 밝은 빛

“조금은 더디올지라도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거부 할 수 없는 진리,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코로나19가 거침없이 확산되어 세상이 불안의 먹구름으로 덮인 가운데 마켓에 다녀온 후 얼굴에 열이 오르고 몸이 으스스 추워 왔다. 나오려는 기침을 억지로 참으려다 연거푸 튀어 나오는 바람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치가 보였다.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촉촉히 내리는 봄비가 희망을 속삭이듯 했는데 마켓에 도착하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의 행렬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 두기로 오랫동안 기다리며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게 되면서 나타난 증상이다.

당분간은 유일한 외출인 마켓도 가지 않기로 다짐하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칩거 하면서 그동안 가져 보지 못한 여유를 누리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나를 본다. 작년 여름 끝자락에 가족이 모여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를 마치고 얼마 후 집안의 모든 전등불이 꺼지고 촛불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초점이 분위기가 있는 그곳으로 향해 가며 또 한번의 파티가 열렸다.

내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라 의아해 하는 중에 예쁘게 접힌 냅킨에 시선이 멈쳤다. 희미한 불빛에 베이비가 곱게 비쳐 보였다. 케이크를 먹고 비운 접시에 나타난 베이비! 살펴보니 내가 들고 있는 잔에도 같은 색깔과 무늬로 장식된…. 오늘 따라 준비한 손길이 유난히 정성스럽고 인상깊게 느껴져서 무심히 던진 한마디! “얘들아 오늘이 무슨 날인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너희들 혹시?” 되묻는 순간 불이 켜지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딸 아이가 결혼한 지 10년 만에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나의 생각과 기대로 서운했던 마음을 접고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 하던 중 벌어진 일이라 상상 못했던 작은 울림이 가슴에 벅차 올랐다. 손꼽아 보니 4월이다. 4월이 오면 좋은 일만 기다릴 줄 알았다. 4월에 때 맞춰 한국에 사는 언니가 오기로 했다.

지난 2월, 예약한 항공권을 취소 해야겠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나는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 하지 못하고 있었다. 4월이 오기 전에 마무리 될 것이라며 호기를 부렸다.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유행하다가 지나갈 줄 알았다.

3월에 들어서면서 잡혀 있던 약속과 정기 모임이 자연스럽게 취소되고 코리아타운에 있는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 갔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어린이 집과 학교가 문을 닫고 사재기 열풍에 갈등을 겪으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았다.

팬데믹(세계 유행병) 시대를 맞아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점점 늘어 나면서 온 인류는 전쟁과 같은 공포와 고통을 감내하며 지금까지 일상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 하다고 생각 했던 일상! 각종 스포츠 경기, 공연, 여행, 모임 등이 취소되고 칩거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보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만든 변화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이 아닐까?

병원에서 마스크 부족으로 간호사들이 근무를 거부하고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지는 이때에 코로나 베이비가 태어날 예정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 손주가 태어나면 산후조리원으로 탈바꿈할 집과 나 자신을 돌봄으로 나를 위해 조심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 조심하며 기다린다.

얼핏 보기에 정리 정돈된 환경이 손주를 맞을 준비가 된 것 같지만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이 가까이 하면서 호흡기에 감염되는 전염성이 강한 것이라고 하니 긴장이 된다.

몇 달 사이 세상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얼마 전 지인의 장례 일정을 문자로 받았다. 모임의 허용 인원이 10명 미만이라 가족장으로 치른다는.

병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출산시 보호자 한 명만 출입이 허락된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든 세상. 사람이 무서워 함께 모여 기뻐하고 슬퍼할 자리를 잃은 재미없는 세상! 자택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해야 하니 손주를 처음 만나는 날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개로 막아야지. 나도 모르게 빨리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아이를 안으려다가 제지를 당하지 말아야지 하는 우스꽝스러운 엉뚱한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일상을 흔들어도 코로나 베이비는 멈추지 않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찾아와 부모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리라. 우리도 터널 끝의 빛이 보일 때까지 그때가 좀 더디올지라도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리,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따분했던 그 일상이 행복이었다고 그리워 빨리 되돌아 가고 싶지만 어쩌면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변화 이후의 삶에 무엇이 소중한지를 찾아 헤쳐 적응해 나가면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이 있는 또 다른 일상이 올 것이다. 변화 이후의 삶이 궁금해진다. 바이러스 이후의 새로운 일상의 삶의 지혜가 필요 할때다.


유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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