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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와 합의는 달라 … 김정은 변한 게 별로 없다"

특사 방북 이후 미국 전문가 평가

비핵화 의지 다짐 받은 건 성과
북·미 대화 재개 강력한 동력 얻어
미국이 믿을만한 '검증 조치' 빠져
남북 빠른 밀착 땐 한·미 갈등 우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체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재천명은 평가한다. 다만 변한 게 별로 없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일보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방북 결과 발표 이후 5일과 6일에 걸쳐 미국 내 전문가들에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문가들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를 논의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인정하면서도 "'악수(형식적인 것)'와 '기술적 합의(technical agreement.실질적인 것)'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이 2020년 말 트럼프 첫 임기까지 비핵화를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선 "북한이 그러한 발표를 한 걸 알 수가 없다. 또 그걸 어떻게 이룰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사단 방북 결과 놓곤 평가 엇갈려=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한국 특사단은 그들이 원하던 것 (김 위원장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짐받는 성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발표는 앞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sufficient to move forward)"고 평가했다.

해리 카자니스 국가이익센터 소장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비핵화 다짐을 재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당일치기 방북 결과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며 "평양과 워싱턴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에 말해 온 것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예상 가능했던 것이며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을 반복한 것으로 디테일이 부족했다"(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 겸 38노스 편집장)는 지적도 있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말은 좋지만 늘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개선 효과에는 대체로 회의적=패트릭 크로닌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단계적 조치는 북한도 미국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체제 보장과 대규모 투자 양쪽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의미있는 비핵화 단계를 원하고 있어 적어도 한 동안은 이런 상태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다.

폴락 연구원은 "내 생각에 특사단은 남북정상회담과 개성 연락사무소 개소의 합의를 보러 북한에 간 것 같다"며 "미국은 가장 중요한 비핵화 어젠다인 '믿을만한 검증가능한 조치'가 없으면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표문이나 정 실장의 일문일답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타운 연구원은 "미국은 보다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길 꺼려 한다"며 "최종 목표에 대한 다짐(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실시)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다음 단계의 디테일한 합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 석좌는 정 실장이 일문일답에서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풍계리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해체를 국제사회가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함을 표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독립적 전문가들이 참관해 검증을 했으면 됐을 일"이라고 했다.

또 종전 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 동맹 약화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핵 대량파괴무기(WMD)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제재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을 품는 트럼프 주변 참모들을 우회해 가려는 '아첨'"이라고 꼬집었다. 베넷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핵 무기를 포기한다고 약속했지만 올 들어서도 핵 무기(5~9개일 가능성이 큼)를 만들었고 단 한 개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러면서 어떻게 비핵화 선제조치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다만 카자니스 소장은 "이번 특사단 방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가까운 미래에 4차 방북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칼라 프리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이사도 "김 위원장은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야 하는 게 조건이라면 (종전선언 합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란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김정은의 발언들은 비핵화 모멘텀을 다시 시작할(restart)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미국 측에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자칫하면 한·미 간 갈등 야기될 수도"=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워싱턴에서 고조되고 있는 '대북 강경론'을 반영하듯 설문에 응한 미 전문가들은 "한국이 북한과 지나치게 빠르게 밀접하면 곤란하다"는 주장을 폈다.

폴락 연구원은 "남북 관계 진전과 북핵 문제 교착화란 두 상황을 조화시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매우 다른 정책 접근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관계가 더욱 소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타운 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며 "18일에 시작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가 어떤 논의를 할 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정 박 석좌는 "종전선언은 (북한이) 한.미 동맹에 해로운 여러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카자니스 소장은 김 위원장의 종전선언 관련 주장과 관련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열쇠"라고 주장했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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