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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디세이] 푸드트럭 '따봉' 줄리·재키 김 대표…길 위에서 진짜 장사를 배우다

브라질 출신 쌍둥이 자매
두 살 때 LA로 가족이민
대학 중퇴 후 모친과 창업
웰빙 브라질 집밥으로 인기
온라인 의류사업 병행
디저트숍 오픈도 앞둬
"사업 소스 다각화에 노력
포기않고 길 찾는 게 중요"


쌍둥이 자매 줄리·재키 김(30)씨는 전직 배우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역대급 미모를 자랑한다. 이 바비인형같은 외모 때문이었을까. 혹여 꽤나 까칠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했지만 막상 대화를 나눠보면 이 구태의연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배신하는 박력 터지는 호탕한 성격과 마주하게 된다. 모범생 엄친딸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잘나가는 푸드트럭 '따봉(tabomtruck.com)'의 사장님이 되기까지 지난 7년간의 시간들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준 쌍둥이 자매의 성공기는 단순한 청춘 도전기가 아닌 21세기 비즈니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망까지 담고 있었다.

#엄친딸들의 성장기

자매의 부친인 김동준(60)씨는 19세 때 브라질로 가족이민 가 의류사업으로 자리를 잡았고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던 브라질인 일시 김(60)씨와 결혼해 슬하에 3남매를 두었다. 자매가 두 살 되던 해 미국에 온 김씨 가족은 LA한인타운에 1베드룸 아파트를 얻어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 등 여덟 식구가 함께 살았다. 덕분에 한국어가 꽤나 유창한 자매는 특히 할머니 김옥화(85)씨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다.



"할머니는 음식 솜씨가 정말 좋으셨는데 김치며 만두까지 직접 만드셨어요. 그래서인지 아주 어려서부터 한식을 정말 좋아했죠."(줄리)

그러나 이들이 한인사회에 대해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려선 상처도 많이 받았죠. 한인마켓에 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희보고 짬뽕이라 놀리던 한인 친구도 있었으니까요."(재키)

그래서 자매는 한참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일부러 한국말을 쓰지 않는가 하면 한인타운엔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고. 그랬던 이들의 마음을 열게 한 건 부친이었다.

"고등학교 때 아빠가 한국 힙합가요 CD를 사다 주셔서 이후 K팝을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와 문화에도 푹 빠지게 됐죠."(재키)

존 버로우 중학교를 거쳐 토런스 소재 사립고교를 졸업한 이들은 학창시절 늘 성적 좋은 모범생이었다. 또 리더십도 뛰어나 고교시절 재키씨는 전교 학생회장으로, 줄리씨는 학년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스마트를 찾아

고교 졸업 후인 2004년 줄리씨는 아메리칸 인터콘티넨털 유니버시티 건축학과에, 재키씨는 의대진학을 목표로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2학년 때 재키씨는 용돈이나 벌 요량으로 유명 대형로펌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시작했는데 워낙 일을 잘해 입사 1년쯤 지나니 어느새 로펌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위치까지 오르게 됐다.

"당시 제 월급이 대학 졸업자 초임정도 됐어요. 대학 2학년에겐 큰돈이었죠. 그리고 일이 적성에도 잘 맞았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다보니 대학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재키)

그래서 재키씨는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그 무렵 전공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줄리씨 역시 자퇴를 하고 재키씨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 않느냐 물었다.

"대학은 결국 취업을 위한 것인데 이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당시 큰 열정이 없었던 대학 공부를 위해 몇 만불을 쓰는 게 오히려 돈과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간다고 그 길을 꼭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이들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2010년 모친 일시씨가 10여 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면서다. 자매는 어머니를 위해 푸드트럭 '따봉'을 창업했다. 이전에 모친이 집에서 소규모로 브라질리언 푸드 케이터링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사업 아이템은 홈메이드 브라질리언 푸드로 잡았다. 당시 LA 푸드트럭 업계에서 브라질리언 푸드는 '따봉'이 최초였다.

상호명인 '따봉'은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굿(good)의 브라질 말(포르투갈어). 자매는 낮엔 로펌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저녁엔 어머니와 함께 푸드트럭 주방에서 일했다. 장사는 오후 8시쯤 시작해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끝났는데 자매는 그렇게 4년을 하루 3~4시간씩만 자면서 버텼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비즈니스는 승승장구 했고 특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특수를 맞아 '따봉'은 급성장했다. 이를 계기로 자매는 로펌을 나와 본격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에 올인했다.

#따봉의 무한질주

창업 첫해 '따봉'의 하루 매출은 200~300달러 선이었지만 현재는 600~1000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대규모 케이터링이라도 있는 날엔 1500~2000달러를 웃돈다고. 불과 7년 만에 10배 가까운 성장을 이룬 셈이다. 매년 수 없이 많은 업체들이 명멸해 가는 LA푸드트럭 업계에서 이처럼 '따봉'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무엇보다 신선한 유기농 재료로 만든 미국인들 입맛에 딱 맞는 브라질리언 집밥이라는 데 있다. 또 2년 전부턴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그때그때 반영한 것도 한몫했다. 최근 '따봉'엔 대기업들의 케이터링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나이키, BMW, MTV, 유튜브,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LA 소재 대기업들이 직원 점심을 위해 혹은 각종 이벤트에 '따봉'을 케이터링 업체로 앞 다퉈 모셔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자매는 비즈니스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연내 푸드트럭 한 대를 더 구입해 오렌지카운티에서도 운행을 계획 중이며 UCLA 앞에 디저트 전문카페 오픈도 준비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아기 티셔츠(jujuapparel.co)사업도 론칭, 작년 말부터 아마존을 통해 유통을 시작했다. 덕분에 이들 자매는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해 새벽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드는 고단한 행군을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즈니스 소스가 다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죠.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반드시 나타나니까요."

7년이라는 세월 속 자매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를 제대로 터득한 듯 했다. 길 위에서 온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것이기에 더 깊이 있고 단단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편한 길이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가는 청년 장사꾼들은 그렇게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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