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쓰나미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 팔루 현장 르뽀] 식량·의약품 태부족…"공포·슬픔·혼란"

사망자 1234명으로 늘어
곳곳서 구호 빙자 약탈도

인도네시아판 총알택시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22시간을 밤새 달린 끝에 2일(현지시간) 오후 도착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아름다웠던 해안도시는 반경 수㎞의 거대한 잔해더미를 방불케 했다.

랜드마크 격이었던 노란색 철교는 이리저리 뒤틀린 채 쓰러져 반쯤 물에 잠겼고, 협만을 따라 줄지어 있던 해안 주변 마을들은 반절 이상이 폐허로 바뀌었다.

해수면에 가까운 높이에 있던 일부 건물들은 물살에 밀려 벽이 모두 무너진 채 앙상한 기둥 몇 조각만이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난달 28일 저녁 이후 나흘째 이 지역에 갇혀 불안에 떨던 주민들은 너도나도 길가로 나와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팔루와 마찬가지로 쓰나미 피해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팔루 북서쪽 반도 지역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사실상의 폭도로 바뀌기도 했다. 정문이 불타고 지붕이 무너진 동갈라 지역 교도소를 지나쳐 오른 한 언덕에서는 건장한 남성들이 가족들을 위해 구호품을 싣고 가는 차량을 하나하나 붙잡고 '반투안'(현지어로 구호를 뜻하는 말)이라고 외치며 담요와 식료품을 사실상 약탈하고 있었다.

부서진 잔해 투성이인 해변에는 토사를 운반하던 바지선들이 이리저리 좌초돼 있었고, 컨테이너가 물에 잠겨 있었다. 한켠에선 대형 트럭 5~6대가 종이로 만든 장난감인양 구겨져 엉켜 있기도 했다.

특히 구조대는 구조작업을 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지반이 진흙처럼 액상화된 탓에 피해 지역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난당국도 팔루 인근 마을에서 1700채의 가옥이 토양 액상화로 인해 휩쓸려 들어갔다며 페토보 구에서도 엄청난 양의 진흙이 빨아들이듯 집 구조물들을 삼켜 수백 명의 희생자가 아직도 진흙 속에 묻혀있다고 말했다.

팔루 시내에선 구호물품 분배가 시작됐다. 하지만 굶주림과 목마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탓에 상시로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낮은 주택들의 경우 대부분 지진보다는 쓰나미에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였다. 진앙까지 거리가 팔루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의 경우 간간이 한두 채씩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됐을 뿐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의 분위기는 흉흉하기만 했다. 온순하고 인내를 미덕으로 삼아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평소 태도와 달리 주민들은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재난당국은 2일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1234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재난당국은 여러 지역에서 사망자 보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앞으로 피해 규모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