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뼈의 은유
눈물에도 뼈가 있었네바람결에도 뼈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처음으로 뼈들이 사는 마을을 기웃거렸네
어느 날 부터 그들은 수런거리기 시작했고
낮은 울음이 낯익어 놓아주려고.
그래도 모반은 면하려고 잘 드는 가위로 싹둑 자르니
흔들릴 때마다 쏟아지는 가루백묵
닳고 삭아서 마른 소리가 날 때
미안하게도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
허물어지는 관절에는 유혈은 없고
녹아있는 목소리만 울려와서 그리움이 되는 염증이었네.
아직 껍질 안에 있는 길을 살피며
점점 젖어가는 옷 안에 잔뼈들의 흐느낌이 들리는 한밤
오금이 저리고 떨리는 삭신을 들켜 쥐고
빼앗긴 칼슘에도 반란은 일어
오래된 침묵에 뼈아픈 것들이 숨어사는 곳에서
돌기둥처럼 버텨보아도
오늘도 뼈들의 소리 들리네
김정기 / 시인·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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