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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I don't care syndrome

이용해 / 수필가
이용해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8/25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8/08/24 17:13

세상에는 난치병 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세기에는 페스트라는 병이 유럽을 휩쓸어 통계에도 낼 수 없이 많은 사망자를 내어 유럽의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류라는 의사가 페스트가 휩쓰는 도시에서 페스트로 쓰러져가는 환자들을 보며 신에게 대드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인플루엔자는 20세기 초반 유럽과 미국을 휩쓸어 제1차 세계대전보다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합니다. 지난 30년 전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Acquired immuno deficiency syndrome)이 불치병이어서 이병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병이 아닌 무서운 병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알게 뭐야'라고 하는 'I don't care syndrome' 입니다. 그전에도 이 병이 있었지만 핵가족시대가 되면서 더 만연해진 병인데 극도의 이기주의가 원인이 되고 어느 정도의 자포자기와 무력증이 동반하는 불치의 병입니다. 이웃집에 도둑이 들어도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우리 집이 아니면 됐지, 내가 알게 뭐야'이고 이웃집에 불이 나도 '우리 집이 아니면 됐지, 내가 알게 뭐야'하고 소방차가 들어올 골목에 주차를 합니다. 홍수가 나서 수백만의 수재민이 생기고 지붕 위에서 살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방송에 들려도 참이슬에 갈비를 구어 먹으면서 구호금은 내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서울역에서 5살 정도 된 어린애가 기차가 달려오는 길에 아장아장 걷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김행균이라는 역원이 뛰어들어 애는 구했지만 자기는 두 다리가 몽땅 절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애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김행균씨를 구하느라 야단을 할 때 '우리 애만 안 다쳤으면 됐지, 내가 알게 뭐야'하고 어린애 손을 잡고 달랑 달랑 걸어가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김행균씨가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불구가 되었지만 애의 부모는 전화 한 통, 카드 한 장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내가 알게 뭐야 병의 증상입니다.

청년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최고라고 하고 상인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북핵 문제는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국민들은 내가 알게 뭐야 병을 앓고 있습니다. TV를 틀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연예인들의 깔깔대는 소리만이 진동합니다.

남이야 어찌 되었던지 나만 잘되면 그만이지 하는 I don't care syndrome이 페스트처럼, 인플루엔자처럼 사회에 범람합니다. 나라야 어찌되던지 우리 아파트값만 안 떨어지면 되고 청년들 직장이 없으면 '나더러 어쩌라고, 오늘 한잔 할 돈만 내 주머니에 있으면 되지'하는 내가 알게 뭐야 병을 치료하는 약을 속히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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