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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선데이 서울'

'선데이 서울'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젊었을 때는 한국에 '선데이 서울'이라는 주간지가 있었다. 아슬 아슬한 비키니 미녀의 컬러 화보와 함께 연예인들의 '가십'이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잡지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은밀한 인기가 있었다. 직장인들은 물론 '칸트'나 '니체'를 끼고 다니던 대학생들도 틈틈히 읽었고 스님이나 대학교수들도 남들이 없을 때 슬쩍 슬쩍 들쳐보곤 했다. 남성들의 머리카락 길이와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를 국가에서 관리하던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에 어떻게 그런 야한 잡지가 출판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만약 필자가 그 잡지의 편집장이라면 이번 주는 너무나 바빴을 것이다.

맨 먼저 데스크에 올라온 뉴스는 탈선한 카톨릭 신부들의 이야기이다.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천주교 신부 300여 명이 지난 수십 년간 1000명 이상의 미성년자들에게 성폭행을 해 온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탈선 사제들은 미사의 전례를 돕는 복사 소년이나 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당구내에서 성폭행을 일삼았으며 가해 신부가 다른 성당으로 이임할 때에는 성폭행 피해 소년에게 보석을 착용케 해서 새로 부임하는 신부에게 그 소년이 성폭행에 길들여져 있음을 암시했다고 하니 이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에 그저 경악할 따름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을 뿐 아니라 이들을 믿고 따른 신자들을 배신했으며 성실하게 사목활동을 하는 대다수 사제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주었다. 성직자의 탈을 쓴 악마들이 미사 시간에 강론을 하고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주고 고해성사를 받는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이 돋는다.



다음 이야기는 이태리 영화감독 겸 여배우인 아지아 아르젠토에 관한 스캔들이다. 그녀는 지난 해 헐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가장 먼저 언론에 폭로해서 #Me Too 운동을 촉발시킨 '미투1호'이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의 아들 역으로 함께 영화에 촐연했던 17세 소년 지미 베네트군을 호텔방으로 불러 술을 먹인 후 성폭행을 했다 하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타임즈는 그녀가 하비 와인스타인을 언론에 공개 폭로한 비슷한 시기에 베네트군에게 입막음 합의금조로 38만불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그녀에게 #Me Too 는 '나도 당했어' 뿐 아니라 '나도 폭행했어'라는 의미도 있나보다.

마지막 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지난 8월21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魔)의 화요일'이었다.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열린 '플리바게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은 선거자금법 위반, 탈세, 은행사기 등 그에게 적용된 8가지 범죄혐의를 시인하였다. 그는 증언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와 혼외 관계를 맺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다니엘과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각각 13만불과 15만불을 지불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지시에 따라 상호 협의하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코헨이 폭탄 증언을 한 거의 같은 시간에 버지니아주의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나포트에게 적용된 18개 기소 항목 중 8개 항목에 대하여 유죄평결을 내렸다. 공개된 e메일에 의하면 매나포트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유력 정치인 올레그 데리파스카에게 미국 대선 상황에 대해 단독 브리핑을 제안한 바 있으며 데리파스카는 매나포트에게 1000만불을 빌려주었다. 코헨의 증언과 매나포트의 유죄평결로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러시아 정보당국과 트럼프 대통령 후보 진영간의 공모여부를 파헤치고 있는 뮬러 특검의 수사는 탄력을 받고있다.

선데이 서울 기사는 부담없이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주에 쏟아져 나온 추문 삼제(三題)는 웃어 넘기기에는 왠지 역겹고 씁쓸한 여운이 남으므로 '본지 게재 불가!'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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