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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안데스 산맥 하이킹

가이드가 부르는 사람들 11명과 안데스 산행을 했다. 얼음이 살짝 얼었다. 국립공원은 하이킹 코스가 여러 군데 있다.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굴곡이 많아 볼 것이 많고 특히 호수가 여러 군데 있다. 1시간 정도 오르니 에메랄드 색 호수와 만났다. 호수 색깔 자체가 마음을 사로 잡는다.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백조 한 쌍이 춤을 추고 있다. 바람이 지나가면 하얗게 싸인 산의 몸체가 물위에 반사되어 2개의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호수로 떠밀려 내려온 빙하가 곳곳에 보인다. 빙하는 하얗다 못해 블루 빛깔을 띠고 있다. 이 높고 바람이 많은 산에도 새소리가 들린다. 이 지방에 사는 모나코는 사슴 같기도 하고 약간 작은 당나귀 같기도 하다. 다리가 길고 꼬리는 짧고 털이 많아 털은 깎아 옷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운 좋게 푸마 가족을 만났다. 베이지색 털에 세 마리가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 움직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은 겨울을 벗어나 봄으로 가는 길목이란다. 약간 얼음이 깔려있고 겨울 꽃이 피어있는 나무들도 있고 새싹을 준비하는 풀들이 고개를 들려고 준비하는 것 같다. 하이킹 정상에는 바위가 매끄럽지 않고 바위에 돌이 붙었다. 그리고 돌은 특이한 자연의 색깔이다. 약간 빨간 색이 나기도 하고 짙은 브라운 색이 감돌기도 한다. 그 옛날 수천 년 전 이곳을 발견한 사람이 모나코 피를 짜서 그린 그림이 아직도 바위 아래에 보존되어 있다. 그 당시 여기에 살고 있는 동물 모나코, 새, 푸마, 풀꽃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넓은 땅에 울타리가 쳐진 곳이 있다. 그곳은 개인 땅이다. 국립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개인 땅과 국립공원 땅을 구분하기 위해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설산이다. 가까이 보면 산과 산 사이에 계곡이 있다. 멀리서 보면 물줄기가 흐르는 것 같고 눈이 많이 쌓여서 선명하게 보인다. 이 계곡을 개발하여 도로로 만들어 관광객이 산 정상까지 오늘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다.

전문적으로 산을 타는 사람들은 산행코스가 따로 있다. 파타고니아 캠프가 있고 등록을 해야 되는 절차도 있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이 많지만 파타고니아는 산을 오르면서 기온 차가 있는 것도 특이하다. 오늘도 바람이 잔잔해지는가 했더니 갑자기 구름이 밀려오고 한 방울씩 우박이 떨어졌다. 삽시간에 해가 나오고 맑은 날씨로 변했다. 수시로 변하는 변덕이 사람에게도 전달되어 가끔은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산행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을 하자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잠깐의 짬을 휴식으로 자신만의 풍요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은퇴한 부부들이 있고 젊은 사람들이 휴가를 얻어 왔거나 나처럼 땅 끝 마라톤을 즐기러 온 사람도 있다. 이 깊은 산속에 길을 내어 차가 다니고 또 다른 길을 만들어 하이킹을 하면서 지혜로운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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