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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몸 따로 마음 따로

김동주 / 수필가

오랜만에 시작한 산행이 힘들다. 마음은 벌써 저 높은 곳에 있는데 내 몸은 아직도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린다. 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짝이며 팔랑이든 잎들은 어느 사이 옷을 갈아입고 힘겹게 달려 있더니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가 버린 지 오래다. 초록이 여기저기 있는 회색 산에 바람은 마른 가지들을 흔들며 오래 전 가버린 지체들을 울며 찾아 헤맨다. 저들도 잎과 몸체가 함께하지 못하고 떨어져 가야 한다.

모처럼 모여 앉으면 건강 이야기가 한 자리 차지한다. 뒤질세라 모두가 아픈 곳을 열거하면 그 중에 한 친구 말이 "깨진 바가지가 석삼년을 간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그러니 오래 살 테니 걱정 말란다. 다들 나이가 있으니 습도가 있는 날은 무릎과 손과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일을 했으니 당연하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좋은 소식은 없다.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 의사, 변호사, 박사로 키워 놓고 이제 허리 펴고 살만하니 옛날에는 듣지도 못했던 무슨 암이라는 병에 걸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나뿐인 내 친구도 수십 년 동안 밤이면 일하고 낮에는 잠자며 밤과 낮을 바꿔서 힘들게 살더니 아직도 젊은 나이에 고생만 하다가 가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원망스럽다. 연세 있는 분들의 말씀이 젊을 때 몸을 아껴주지 않으면 나이 들면 언제인가는 견디지 못하고 큰 고생할 것이니 제발 쉬어가면서 일하라는 충고도 귓등으로 흘렸다. 초창기 이민 생활에서 내 몸 아껴서 쉬어가면서 일했다면 어려운 생활을 어찌 감당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회색과 고동색의 중간쯤 되는 두 마리의 새가 우리 베란다에 와서 하루 종일 졸고 있는지 잠을 자는지 움직이지 않고 해를 보낸다. 주위 어디인가에 그들의 집도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고 열심히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한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꼭 말년을 보내고 있는 나이 많은 부부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움직임이 힘들어 한 자리에서 군중 속에 있지만 마음은 수백 키로 밖의 추억의 장소를 헤매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누구나 서서히 몸의 움직임이 하루하루 느려지고 있다. 여러 해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세월이 흘러서 나이를 더한 만큼 몸의 어느 부분이던 의사를 필요로 한다. 몸은 망가져도 마음만은 여전히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큰소리 치며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누구인가 말 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이고 몸은 세월을 따라가며 허리도 어깨도 무릎도 열심히 변해간다.

왜 몸은 마음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스스로 고통 받는지? 젊은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니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옆에는 들어 줄 이웃이 없다고 하소연 한다. 우리는 헬렌 켈러가 삼 일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고,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이 기적의 순간을 보며, 셋째 날은 평범한 거리를 친구와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소중한 순간을 매일 맞이 하며 살아왔다.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 절실하게 소원하며 살아가는 이웃을 생각하면 우리는 평생을 눈으로 보고 듣고 말하며 순간 순간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던가. 축복 받은 삶을 받았으니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들의 괴로움을 들어 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라도 가져서 보듬어 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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