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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나만의 두 시간

태내에서 양수에 잠겨 유유히 떠 있는 기분이 이랬을까? 발목 인대를 다치고 치료 후 의사로부터 물 속 운동을 권유 받고도 선뜻 시작하지 못한 것은 가까운 거리에 수영장이 딸린 짐이 없었다는 것과 물과 친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공포증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지.

물 공포증은 20세 때 교회 청년부 수련회로 갔던 바다에서 교회 오빠들이 장난으로 물을 먹인 것에서 시작 되었었다. 그 후 중년 이후에는 남들 앞에서 수영복 입은 모습을 공개할 자신이 없어서라고 하면 딸아이가 먼저 웃는다. 그래서 유행하는 스쿠버 다이빙복 같기도 하고 해녀복 같기도 한 반소매 팔에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 수영복을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처음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마치 공중목욕탕에 들어가듯 타월로 가리고 혹시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싶어서 신경 썼다.

며칠이 지나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안녕하세요? 최선생님. 저 번에 문학인들 모임에서 뵈었습니다." 민낯에 젖은 머리로 물속에서 그것도 점잖은 남자분이 아는 척하는 것이 쑥스러워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차차 적응해가며 수영복도 물이 바래갈 무렵 나는 좀 대담하게 짧은 반바지에 딱 맞는 사이즈를 주문했다. 아침 10시쯤 출발해서 가면 수영장에 사람이 많이 빠진 시간이다. 50분에서 한 시간 여유 있게 물 속 운동을 즐긴다. 한 발 뛰기, 뒷짐지고 걷기, 뒤로 걷기 등 기본 동작과 내 라인에 사람이 없을 때는 경쾌한 '아쿠아 줌바' 동작 몇 개를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주인공 오데트라도 된 듯 우아하게(?) 팔 다리를 휘저으며 발레 동작을 따라 한다. 물 밑에는 라인마다 노란 중앙선이 그려져 있어서 갈 때와 올 때 선을 바로 지키면 충돌하지 않는다. 때로는 옆 라인에서 수영하면서 발차기를 심하게 해서 물이 내 얼굴과 머리로 튀는 경우도 있고 두 사람이 중간에서 가로 막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질서를 잘 지킨다.



다음 코스는 수영복을 입은 채로 간단히 샤워를 한 후에 코코넛 오일을 두피와 전신에 마사지하고 사우나실로 들어간다. 여기서는 시계를 보며 약 15분간 오일이 충분히 스며들 때쯤 나와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다. 총 소요시간은 두 시간 정도. 수중 운동은 부력으로 인해 관절을 보호하며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수중에서 하는 아쿠아로빅의 경우 물의 저항력으로 인해 전체 칼로리 중 77% 정도를 태워 사용한 반면 육상에서 하는 춤 운동은 42.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수중 운동은 근육을 구부리고 펼 때 사용되는 '주동근'과 반대동작을 할 때 사용되는 '길항근'을 모두 단련할 수 있어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게 되고 수압에 의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서 심장기능도 좋아진다.

요새는 구글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너무 많은 건강상식이나 정보들을 공유한다. 때로는 전혀 반대되는 가설도 많아 도대체 뭐를 믿어야 할지 모를 경우도 있다.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은 더 많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건강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건강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일주일에 세 번 이 두 시간을 선택했다. 그리고 곧 이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각자 관심을 두는 방향은 다르지만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부귀영화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건강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어떨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덕희 / 시인·아이사랑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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