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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2020년 9월

9월은 아직 늙지 않았다. 그러나 젊지도 못하다. 그렇지만 9월은 썩 좋은 계절을 품고 있다. 앞의 계절에 맺혀진 열매가 속이 들어차는 시간이다. 풀잎과 나뭇잎의 색깔이 진한 향기를 내며 익어가는 시절이다. 낮아지는 온도를 조금씩 몸속에 새기면서 새로운 색깔을 준비하는 하루하루가 9월을 만들어 간다. 상쾌한 계절이 거기에 있는 매력 있고 살아갈 만한 좋은 한 달이 9월의 이름이다. 어쩌면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과 공간으로 다가와야 할 9월이 2020년에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 옆을 지나가고 있다. 무지개 일곱 색깔에서 한 개의 색깔을 금지당하고 그려낸 생기 없는 그림으로 읽히는 9월이 너무나 낯설다.

도토리가 떨어져 길바닥에 깔리기 시작하고 살 오른 다람쥐는 변함없이 나뭇가지 위에서 곡예를 하고 새들은 날아오르고 날아간다. 작년 9월과 달라진 것은 없다. 뉴욕의 자연은 여전히 하늘 푸르고 구름 가벼워지고 여름 끝 태풍의 바람이 가로수를 흔들고 지나간다.

여전한 풍광 아래 그걸 잊고 살았던 사람들만 2020년 9월에 당황하고 있다. 감염자 숫자가 올라가는 만큼 두려움이 스멀스멀 일어나고 얼굴을 가리고 오가는 사람을 만나면 섬뜩했을 선입견이 스러지고 너도나도 마스크로 자연스레 지나쳐 간다. 민얼굴의 사람이 다가오면 길옆으로 피해야 하는 이상스런 불신의 이웃 관계가 만들어졌다. 9월의 낭만스러운 풍경을 그려보다가 그 풍경의 한쪽을 지워버려야 하는 소심함에 9월의 바람이 상실의 바람처럼 허전하다.

길에 나앉은 식탁에서 괜찮은 사람들과 나누는 식사는 바람 속에 무엇이 섞였을까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반갑다는 마음으로 맛있다고 위안한다. 인도와 차도에 식탁과 의자를 늘어놓아야 함께할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즐겁다는 표정이다. 잘 꾸민 실내의 편안한 시간과 분위기를 포기하고 아쉬워하며 어색한 행복을 추구한다. 전파에 의지한 오락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집에 칩거해야 하는 어려움을 참아낸다. 낯익은 가수가 열창하는 무대를 보며 웃음 짓다가 수많은 관객이 함께 손뼉 치는 광경에 향수에 젖는다. 아 지금 시간 공연이 아니고 훨씬 앞에 시간에 있었던 녹화 화면이로구나. 지나간 행복이고 지금 갖고 깊은 행복이라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자 말하는 그리움이 저녁 시간 집안에 흘러다니는 2020년 9월의 표정이다.



잊혀 가던 것들이 다시 생각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오락에 밀리던 자전거 타기가 다시 돌아오고 저 아래 놓였던 성경책이 다시 위로 올라와 펼쳐지고 있다. 시간 맞추어 출석하던 학교, 직장, 교회가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생활 속에서의 여러 가지가 지금까지 차지하고 있던 우선순위에서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오랫동안 사람들을 지배하던 여러 가지를 바꾸어 놓고 헝클어진 형태의 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달라진 것들이 점점 그대로 자리 잡으면 그때 사람들은 그 변화에 맞는 다른 모습의 생활 속에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2020년 뜻밖에 사태 이후에 인간의 삶이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어놓고 있다. 어느 것이 과연 맞는 생각일까. 사람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2020년 9월에 갖게 되는 관심과 소망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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