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난장]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청파교회 목사의 반성문
“건물 중심 신앙 돌아봐야”
로마 전염병 물리친 신앙
사랑·희생정신 회복해야
김 목사를 갑자기 불러낸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7월 초순 유튜브에 공개된 그의 ‘코로나 시대,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 설교 영상이 화제다. 조회 수 65만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소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제2차 대감염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김 목사는 우리는 지금까지 건물 중심의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반성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된다. 예배 공간이 무너졌어도 ‘삶으로 드리는 예배’를 할 수 있다고 권한다. “대면 예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너 교회에 왜 안 왔어’ 하실 리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가 곧 예배의 자리”라고 말한다. 삶으로 드리는 예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 목사는 바빌론 포로 중 한 명인 다니엘을 예로 든다. 다니엘은 예루살렘 성전으로부터 멀어졌지만 바빌론 다락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난 창문에 앞에 엎드려 하루 세 번씩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주어진 삶의 형편에 맞게 자기 정체성을 지켰다.
김 목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우리가 우리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잘 믿고 잘 사는 법을 보여주었다. 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주었다. 그것은 희생과 사랑의 예수 본연의 정신을 회복하는 데 있다. 자연을 망치고, 욕망만을 키워온 우리의 방만한 생활양식을 혁명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김 목사의 온라인 주일 설교는 더욱 구체적이다. “교회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예수 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예배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또 그것을 참믿음으로 포장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아픔과 상처를 당신으로 온몸으로 받아 안으셨습니다.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 마음을 잃는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절절한 신앙고백이다. 김 목사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자”고 했다. 종교학자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을 인용했다. 서기 165년과 251년 두 차례 역병이 로마를 흔들었는데, 이때 기독교인은 다른 종교인과 달리 아픈 자를 돌보고, 목숨마저 내놓는 사랑과 선행을 펼쳤다. 변방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세계적 종교로 발돋움한 역사적 배경이다. 신학자 톰 라이트도 ‘하나님과 팬데믹’에서 로마 전염병에 대처한 기독교인의 전통이 계속돼 이후에도 가난한 이를 위한 병원과 호스피스가 세워졌다고 적시했다.
김 목사는 문학에 밝은 이 시대 영성가로 꼽힌다. 지난 30일 설교에서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을 들려주었다.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이다. 김 목사에게 닻은 물론 하나님이다. “교회의 잔해를 바라보는 것 같은 나날입니다. 아프고 쓰립니다. 지배와 억압의 로마제국에 살면서도 섬김과 나눔과 돌봄을 통한 평화를 꿈꾸었던 하나님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어컨의 ‘동굴의 우상’이 있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오류를 경계했다. 한국 교회를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것도 문제지만 기독교인의 자성 또한 절박한 요즘이다. 한국 종교인 2150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967만 명이 개신교인 아닌가. (2018년 문화체육부 조사) 당국과 교회의 부질없는 충돌을 보고 싶지 않다.
박정호 /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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