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시적 발상

우연히 신문에서 보았다. 어느 한국식당 광고였는데 음식점 이름이 ‘하늘 밥상’이었다. 깜짝 놀랐다. 죽은 사람에게 올리는 밥상은 아닐 텐데,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구공탄’이라는 식당명도 별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으나 어쩐지 청결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기둥에 ‘소변 금지’라는 사인이 붙어 있었다. 깨끗해야 하는 음식점에 ‘소변 금지’는 왜 붙여 놓았지? 주인에게 물었다. “한국의 유명한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연속극을 전혀 안 보는 나 같은 사람,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가질까.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뉴욕시에서는 실내 다이닝은 할 수 없고, 바깥 테이블은 6피트를 지켜야 하는데 손님들에게 큰 페이스 쉴드를 나누어 주어 그 밑으로 드링크를 마시고 음식을 입에 가져가게 하면 안 될까. 이 말을 꺼냈다가 무슨 뚱딴지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을 들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30년 전 골프숍을 시작하면서 ‘골프 타운’을 상호로 만들었다. 당시 ‘FOOD TOWN’이라는 수퍼마켓이 많아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후 골프붐이 일어 캐나다에 대형 ‘GOLF TOWN’ 체인이 생기고 캘리포니아에도 ‘골프타운’이 문을 열었다. 불행히도 상호 등록을 늦게 하고, 주가 다르면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어 내가 만든 이름을 왜 쓰느냐고 항의할 수 없게 되었다.

시는 엉뚱한 발상이다. (나는 시상을 천둥·번개로 표현한다) 내 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몇 가지 예를 들고 싶다. 서재 창밖 큰 나무에 새 수백 마리가 앉아 재갈 거리고 있었다. 나는 새들이 모여 격렬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연상했다(새들의 민주주의). 봄이 와 풀이 솟아나면 알러지로 고생한다. 콧물, 재채기로 눈을 뜨기 힘들 때가 많다. 산책하면서 “풀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구나” 하는 시상을 얻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90도가 넘은 날 땀을 흘리고 산책하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10월의 시원한 바람이 지금 불어 주었으면. 1, 2월 눈이 일찍 내려도 좋으련만. 날씨를 주문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아침마다 걷는 산책길에 토끼를 만난다. 새로 넓힌 오솔길에 안 보이던 토끼들이 나타났다. “구도시에 살던 토끼들이 신도시로 옮긴 것 같다. 살던 집은 팔았을까, 그냥 버리고 왔을까.” 이 시를 산책클럽 그룹 카톡에 올렸더니 회원 몇 분이 “우리 동네 토끼들이 안 보이더니 그쪽으로 이사했군요” 하는 댓글을 달아 주었다.

라이트 형제는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서 큰 새가 힘차게 하늘로 비상하는 것을 보았다. “새는 저렇게 날 수 있는데 왜 사람은 날 수 없을까.” 이 의문이 그들로 하여금 비행물체를 만들게 했다. 뚱딴지 같은 말을 자주하는 나는 가끔 핀잔을 받는다. 노골적으로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꾸짖지는 않으나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밥 먹고, 물건을 사면 그만이지 왜 남의 비즈니스 이름이 좋으니, 나쁘니 하고 말하나. 야단맞을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다가도 시적 발상으로 불필요한 말을 할 때가 있다. 악의는 없으니 용서를 빈다.


최복림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