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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의 문화 충돌과 갈등 해소

송온경의 책세상

책제목: 빨강 막대 사탕
(Big Red Lollipop)

저자: Rukhsana Khan
삽화가: Sophie Blackall
출판사: Ashcan Media
출판연도: 2010년
추천연령: K~3학년



미국으로 이민오는 합법 이민자의 수는 대략 1년에 100만 명으로 현재 미국내 합법 이민자의 숫자는 역대 최대치인 37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이민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미국 학교 시스템안에서 히스패닉와 아시안 학생들의 등록률은 1990년 이후 5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각 학교의 다양성 점수(Diversity score)란 무작위로 추출한 두 명의 학생이 다른 민족집단 출신일 확률을 말하는데 이 점수는 0에서 1까지로 1에 가까울 수록 더 다양성이 높다. 미국 공립학교의 다양성 점수는 평균 0.51인데 반해 뉴욕주 공립학교는 0.70의 다양성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미국내 초등 및 중등학교 교사들의 다양성은 높지 않다. 2011~2012 학년도에 82%의 교사들이 백인이었고 8%의 교사만이 히스패닉, 7%의 교사만이 흑인, 그리고 2%의 교사만이 아시안이었다.

이렇게 다문화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이민올 때 가지고 온 각 나라의 풍습이나 제도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영어가 잘 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얼굴 표정이나 동작으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다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이 다문화 학생의 태도나 몸짓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서 눈 마주침만 해도 라티노와 아시안들은 높은 사람의 시선을 피함으로써 경의를 표한다. 이러한 문화를 모르는 교사들은 이것을 그 반대로 해석하여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원주민 학생들의 경우에는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교실 앞에 서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자랑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교실앞에 서서 발표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학생을 주의력이 결핍되었거나 동기부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문화에서는 길을 갈 때 여학생들끼리 손을 잡고 남학생들끼리 얼싸안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하다. 대화를 할 때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 하는 것도 문화마다 다르다. 중동이나 남미사람들은 대화할 때 바짝 붙어서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온 미국인들은 좀 더 거리를 두고, 아프리카에서 온 미국인들은 더 거리를 두고 대화한다. 이러한 다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상식이 없이는 문화권이 다른 사람들끼리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로서 만일 자녀가 그러한 오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또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모든 문화권의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학교에서 이러한 다문화 학생들의 태도나 몸짓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같은 문화권의 학생들간에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또한 교장 선생님이나 선생님과 같이 권위가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눈여겨 보면서 그들의 비언어적 상호작용에 대한 단서를 찾도록 한다. 다문화를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이고 다문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록 다문화 학생들과 더욱 친근하게 교류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빨강 막대사탕(Big Red Lollipop)'은 세 어린 딸을 가진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가 미국의 학교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해프닝과 큰 딸의 기지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극복하게 되는 과정을 픽쳐북에 담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급우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큰 딸이 초대장을 들고 뛰어들어오자 미국식 생일파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어머니가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떼쓰는 동생을 데리고 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친구의 생일파티에 갈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키지 않은 허락을 받아낸 언니가 동생을 데리고 친구의 생일파티에 간다. 파티에서 눈치없이 행동하고 울고 불고하던 동생이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파티에서 받은 선물 봉지속를 열고 빨간 막대사탕을 꺼내어 빨아먹는데, 언니는내일 먹으려고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집에 온다. 언니는 냉장고에 막대사탕을 보관하였지만, 동생은 선물봉지속 사탕도 다 먹고 장난감도 부러뜨리고 잠들어있다.

언니는 꿈속에서 빨간 막대사탕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며 달콤한 잠에 빠져드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막대사탕을 찾으니 동생이 이미 거의 다 먹어버린 것이다. 화가 나서 동생을 잡으려고 하지만 동생은 집안을 뛰어다니다가 엄마뒤에 숨는다. 왠 소란이냐고 묻는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지만 언니는 오히려 엄마에게 야단맞는다. 동생하고 사탕 하나 나눠먹지 못하냐고. 그 뿐인가. 동생을 데리고 올 줄 알기 때문에 급우들이 한동안 언니를 생일파티에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드디어 학교에서 생일파티 초대장을 들고 뛰어왔다. 그러자 막내가 따라간다고 조른다. 그러자 어머니는 언니와 막내동생을 다 데리고 가야 공평하다고 말한다. 동생이 아무리 울어도 어머니의 마음은 완강했다. 언니는 동생이 막내를 데리고 생일파티에 가서 웃음거리가 되게 할 수 있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어머니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린다. 그리곤 어머니에게 '막내를 데리고 가게 하지 마세요.'라고 조용히 말하자 '데리고 가지 말라고?'라고 되물으신 어머니가 '그럼 그렇게 해라' 하고 말한다.

언니의 기지로 동생은 홀가분하게 생일파티에 다니러 갔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동생이 서있다. 그리곤 큰 초록색 막대사탕을 내민다. '언니거야' 하면서. 그 후로 언니와 동생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 이야기의 저자인 락사나 칸은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3살때 캐나다에 이민오게 되는데 언니가 친구생일파티에 따라가겠다고 떼를 쓴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의 삽화를 담당한 소피 블랙홀은 등장인물인 어머니와 세 딸들의 표정들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녀는 어른이 되면서 제일 재미없는 것은 파티에서 선물봉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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