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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나의 고독(孤獨)은

최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최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4/1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4/16 16:52

부모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면 그 자식은 철이 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철(哲)이 들었다는 것은 이해심(理解心)이 생겼다는 것이다. 부모의 한숨과 아픔을 바라보면서 자식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홀로 생각하면서 진정한 철학(哲學)을 시작한다. 멈추어서 홀로 생각하는 일은 외로움(Loneliness)의 몸부림일 수도 있고 고독(Solitude)한 시간일 수도 있다. 부모의 아픔을 이해하는 자식은 부모를 향해 연민이 생기고 그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꿈을 꾸며 계획을 세우며 노력하는 참 인간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성직(聖職:Sacred Works)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많은 시간을 고독의 방(Chamber Of Solitude)에 들어가서 지낸다. 그 곳은 외로움을 달래는 방이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외로운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위로와 격려를 준비하는 방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중의 한 분인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인간은 가면(Persona)을 벗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내 마음을 울린 네델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호(Vincent van Gogh)는 고독의 친구였다. 그는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필요한 창조적인 영감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영문의 넓은 주차장은 텅 빈다. 그리고 그 곳엔 하늘의 바람이 지나가며 새들이 모여든다. 그러면 나의 작은 사무실은 고독을 담는 방이 된다.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사람도 다니지 않는 곳이 된다. 이 도심의 한 복판에서 이런 고요와 평화를 담고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이 고독의 방은 많은 신비의 역사가 일어나는 곳이다. 외로움이 물러가고 평화가 밀려온다. 분노와 서운함이 사라지고 감사와 이해와 사랑이 출렁인다.

이 시간 거리 저편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어울리고 부딪친다. TV 앞에서 모이고 음식 앞에서 모이고 게임기를 가지고 모인다. 침묵과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 안에서 어울리지 않는 페르소나를 쓰고 내면(內面)을 감추기 위해 긴장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억압하고 감시하고 조정한다. 친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애인을 꽁꽁 묶어서 멀리 떨어지지 못하게 한다. 각종 가면을 바꾸면서 사용해본다. 서운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미운 사람들도 생겨난다. 상처받은 인간들의 아픈 모습들이다.

나에게 이 고독의 방이 없었을 때 나는 두려웠다. 끊임없이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하고 대화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의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않았다. 어쩌다 슬쩍 훔쳐보노라면 광대한 우주의 심연 속에서 외로이 떨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 보였다. 각종 학문의 용어들을 익혀서 지식을 가진 자들과 대화에 몰두해보았다. 그들도 깊은 허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많은 곳을 다니며 방문하고 여행해보았다. 그러나 그 광대한 우주아래 친구들과 내 모습은 너무나도 작은 먼지들이었다. 가면으로 포장하고 포장지를 자랑하는 모습들이 역겹기도 했다.

나의 초라함과 외로움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 고독의 방에서 나는 새롭게 존재들을 만난다. 광대한 우주의 중심에서 오신 자존자(自存者)는 외로운 분이 아니라 고독한 분이었다. 내 고독의 방에 그 분이 오시었다. 고요히 그리고 소리 없이 임재(臨齋)하셨다. 존재의 최고 중심에 계신 분이 고독 속에 있는 나를 품으셨다. 내가 고독 속에서 그분의 임재를 이해하고 철이 들었다. 그 분은 고독 속에서 존귀한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고독의 방에 있는 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존귀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고독의 방은 그 분이 준비해주신 놀라운 신비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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