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그 가을은
여름 마른 웅덩이에빗물을 깔고
가을더위를 식히는 하늘 아래
질퍽한 호흡의 씨방들 알알이 차올라
그리움 긁어내고 있다
가을의 얼굴
한철 나그네의 숨 가쁜 계절에 들어와
정인으로 닥아 선다
귀뚜라미 소리에 쌓인 노래가
정지될 것 같은 심장이다
울 너머에서 드릴 소리 솟구친다
시멘트가 잘리고 있다
흙이 하늘 박힌 숨을 쉴 수 있겠다
있어도 없고 가고도 있는
반환 없는 내 모든 것 그 늪 속에서
누군가가 새겨둔 기억도
어제의 호흡과 오늘의 숨 사이를
가로지른다
그 가을 아픈 기억은
바뀌는 철에도 또렷이 눈을 뜨고
구석구석 흐트러지지 않는 속 씨알로
나를 색칠한다
계절이 되어도
꽃잎으로만 떨어진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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