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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그림자

밝은 빛 앞에서

더욱 진하게 어두워지는

그림자의 생리를 깨달았던 친구는

젊음이 피기도 전에 가 버렸다





스스로 그림자를 벗어 날 수 없다고 여기며

더 높은 빛을 갈구했는지



이제 내 뒤를 되돌아보니

거기 빛과 상관도 없이

빛도 그림자도

시간 앞에 다 퇴색하고



농담(濃淡)으로 얼룩진 수묵화 되어

나를 따라온 긴 그림자



초라하지만

너무 소중하여

보듬을 수밖에


성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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