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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역사를 쓴다] "꿈을 갖고 의료산업에 적극 진출하세요" 최경희 홀리네임병원 부원장

코리안 메디컬 프로그램 성공 주도
9·11 참사 계기로 은퇴 후 봉사 전념
한인 젊은이들 의료 분야 도전 권고

뉴욕·뉴저지에 한인 의사들이 처음 자리를 잡은 시기는 1960년대 중반~197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한국은 한창 경제성장에 몰두하던 시절로 물질적 문화적으로 모든 게 부족했기에 고급 인력인 의사들이 적지 않게 미국으로 왔다.

한인 의사들이 처음 미 동부에 뿌리를 내린 곳은 독립운동가이며 선각자인 서재필 박사가 활동했던 필라델피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욕·뉴저지에 정착하는 한인 의사들이 많아졌다. 이후 19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에서 중진급 의사들이 들어와 뉴욕·뉴저지에 자리를 잡았고, 이어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1.5세와 2세 젊은 의사들이 합류했다.

한인 의료인들은 지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면서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뛰어난 한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미국 의료시설과 지역사회에서 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뉴욕·뉴저지 곳곳에 한인들이 운영하는 복지시설들도 늘어났다. 이 중에서 특기할 성과 중 하나는 뉴저지주 티넥에 있는 홀리네임병원에 있는 코리안메디컬프로그램(KMP)이다. 파스캑밸리병원에서 5년, 이어 홀리네임병원에서 10년, 총 15년 동안 운영된 KMP는 다인종 국가로 변화하는 미국의 의료현실에 부합하는 최상의 맞춤 프로그램으로 의료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KMP를 이끌고 있는 홀리네임병원 최경희 부원장은 프로그램의 성공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일반적으로 그 동안 미국 의료계에서는 환자를 그냥 환자로 봤습니다. 소수계 환자들의 경우에는 언어와 문화 차이가 있어 효과적인 진료와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에는 이런 장애 때문에 병원의 문턱이 높았는데 KMP는 이러한 어려움을 맞춤형 의료서비스로 극복함으로써 환자 유치는 물론 병원의 성장을 이끄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홀리네임병원 KMP가 주목을 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환자를 병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관심과 존중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병원이나 의료진이 환자, 특히 소수계 환자를 보고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변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극대화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KMP를 통한 획기적인 변화로 홀리네임병원 한인 환자 수는 지난 10년 동안 연간 1000명에서 4만 명으로 무려 40배나 늘었다. 한인 환자들을 위한 맞춤 의료 서비스가 전체 병원의 성장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미국 각지의 유수 의료기관에서 홀리네임병원과 KMP를 벤치마킹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최 부원장이 KMP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의 성장배경과 마음을 비우고 남을 돕겠다는 신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경상북도 예천의 유교 집안에서 태어난 최 부원장은 조부모님과 부모님, 6남매에 농사를 돕던 일꾼들까지 거느린 대가족 가운데서 자랐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남동생과 함께 서울로 유학 온 최 원장은 취업과 사회진출을 위해 실업계 서울여상으로 진학했고, 야간대학에서 영문학, 다시 서울 용산에 있는 메릴랜드대학에서 비즈니스와 회계를 전공했다. 이후 JP모건 한국지사에 경리과 과장으로 취업해 한국, 싱가폴, 미국에서까지 25년간 근무하다 9·11테러 사태를 목전에서 지켜 본 뒤에 은퇴했다. 최 부원장은 은퇴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9·11테러 당시 저는 월스트리트 사무실에서 트윈타워의 참사를 목도했습니다.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그 일을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 개인의 성취와 발전을 위해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고 그래서 내가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다면, 이제는 내가 받은 것을 사회로 환원하며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고, 이후 사회봉사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은퇴한 최 원장은 본인이 거주하는 해링턴파크의 교육위원과 파스캑밸리 병원 이사를 맡는 등 봉사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많은 한인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언어와 문화의 다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돕기 위해 KMP를 출범시켰다.

최 부원장은 "KMP를 통해 한인들이 제대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게 된 것이 성과"라며 "특히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한인 커뮤니티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씨앗이 커지고 결실을 맺음으로써 긍정적인 임펙트가 생긴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부원장의 꿈은 한인들을 넘어 아시안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다. 홀리네임병원은 KMP를 아시안의료프로그램으로 확대해 한인과 함께 중국, 필리핀,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홀리네임병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아시안 환자들을 위한 아시안 전용 진료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KMP가 병원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홀리네임병원이 미국 전체에서 최고 수준의 병원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 KMP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양희곤 아시안 헬스서비스 메디컬 디렉터를 중심으로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을 인정 받는 한인 전문의 90여 명이 아시안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최 부원장은 자신의 경험으로 바탕으로 한인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전문의와 간호사 또는 의료 행정가나 의료 경영인 등 각자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미국의 의료산업이 엄청난 규모인데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18% 정도를 차지하는 큰 시장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의료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보통 10% 내지 11% 정도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의료산업은 과거에는 치료 건수에 중점을 뒀으나 이제는 더 좋은 서비스, 더 낮은 치료비용을 들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의료계의 현장은 소수계 의료 전문가들에게 더욱 유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계는 물론 연방정부도 예방치료에 우선을 두고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 과거에는 의료분야에서 소수계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장점을 갖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한인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권고와 함께 창간 43주년을 맞는 뉴욕중앙일보에 대한 덕담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지난 15년간 잘할 수 있었던 것도 뉴욕중앙일보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뉴욕중앙일보가 앞으로 계속 커뮤니티 미디어 리더로서 저희들과 함께 손잡고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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