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커뮤니티 포럼] 진화하는 프리랜서, 준비된 사람에겐 기회

지난해 연말 네바다주 데스밸리에 가서 달과 하늘, 사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김창종]

지난해 연말 네바다주 데스밸리에 가서 달과 하늘, 사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김창종]

얼마 전 아는 지인이 주최한 행사에 갔었다.

대부분 1.5세와 2세들, 주로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로 나 같은 1세는 그리 편치 않은 자리였다. 늘지 않는 영어에 까먹는 한국말. 누가 만들었는지 명언이라는 생각을 되새긴 시간이었다.

프리랜서 기자 겸 프로듀서, 여기에 카메라 감독까지 방송과 영상 관련 온갖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선 나름 이야기 거리가 많은 건 사실이다. 이때도 언어.대화가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에 경청하는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

그러던 중 20대 초반 여성이 이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알고 보니 명문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대화가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질문을 했다.



"졸업하면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세요?"

그러나 그 친구로부터 온 대답은 충격이었다.

"제 꿈은 프리랜서에요!"



프리랜서와 '긱 이코노미'

오랫동안 취재를 해온 언론인들은 안다. 현장에 가면 뭐라도 건질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횡재를 만난다. 발로 뛴 취재에 대한 보답이라고나 할까?

지난해 여름 한국 모 방송국에서 의뢰가 와서 반려견 관련 취재를 했다.

주로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당연히 반려동물의 건강이 주요 내용이었다.

맨해튼 다운타운 주택가 거리에서 인터뷰이(Interviewee)를 찾던 중 반려견 세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던 20대 청년과 마주쳤다. 보통 한국 사람은 열의 일곱은 인터뷰를 거부한다. 반대로 미국 사람의 열에 일곱은 기꺼이 해준다.

이때 만난 청년은 반려견 산책 애플리케이션 '왜그(Wag)'을 하던 중이었다. 사실 그때 처음 들어봤다.

견주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산책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우미를 실시간으로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일종이다. 여기서 '긱(Gig)'이란 말은 재즈계에서 단기 고용된 연주자의 공연을 지칭하는 말이다.

긱 이코노미는 조직에 속하지 않고 단기 계약을 맺어 활동하는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과 달리 스마트폰 앱과 같은 IT 플랫폼을 바탕으로 노동력이 중개된다는 점에서 과거 프리랜서 노동시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그때그때 근로계약이 이뤄지는, 노동을 사고파는 시대'를 잘 대변하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도 긱 이코노미를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한 바 있다.

사무실에서 조직생활하며 일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여러 회사와 계약을 맺는 긱 이코노미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2025년 2조7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긱 이코노미 수요가 늘면서, 전체 노동인구에서 이런 노동 형태가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10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긱 이코노미에 대한 `경제효과`가 왜곡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하나의 노동형태로 자리잡은 건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원초적 프리랜서?

서울에 있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감이당'에서 인문의역학을 연구하고 있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글쓰기와 강연으로 먹고 산다.

그 동안 열하일기, 동의보감 등 고전을 바탕으로 10여 권의 책을 냈고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다닌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이다.

그가 최근 낸 책 '몸과 인문학'에서 프리랜서에 대해서 이렇게 적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로 태어나 프리랜서로 죽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직업이 정해져 있다면 그건 신분사회다. 알다시피 근대 이전에는 그랬다. 귀족과 노비, 혹은 '사농공상'의 구획이 엄격해 한번 농민으로 태어나면 대를 이어 농업에 종사해야 했다. 이건 실로 불공평하다. 농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모순과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참으로 많은 대가를 치렀다. 그 덕분에 지금은 누구도 이런 식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직업이란 단지 경제 활동일 뿐 아니라 생명의 정기를 사회적으로 표현하고 순환하는 행위다. 따라서 단순히 돈과 지위로 환원되지 않는 삶의 가치들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노동의 주체가 되기를 원한다. 누구도 남의 부림을 받으며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도 '정규직 타령'을 하다 보니 이 원초적 본능을 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잘나가는 정규직이든 '사'자가 들어간 직업이든 프리랜서의 운명을 피할 도리가 없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안전한 영토'는 없다. 요컨대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우주에 살고 있다. 그러니 개별 인생에도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존재 하겠는가. 인간이 원초적으로 프리랜서라는 건 이런 이치에서다."

노동의 종말이라는 4차 산업시대에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매니지먼트 하는 프리랜서는 인류의 미래'라고 말하는 고미숙 작가의 표현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오픈 포럼 탄생의 비밀

오픈 포럼이 사실은 오랜 기간 준비과정을 거쳐서 나온 게 아니다.

오픈 포럼이 시작되던 해 그 해 겨울, 겨울이면 나 같은 프리랜서들에게는 고난의 시기이자 사색의 시기이다. 겨울에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당연히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하루하루 고민이었다. 일주일 내내 일이 없을 때도 있고 가끔은 그 이상 길어질 때도 많다.

그때 오픈 포럼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생각해 오던 일이었지만 선뜩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던 시기에 주위 여러 지인들이 장작불에 불을 지펴줬다.

감히 정규직이었으면 상상하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프리랜서로 10년 넘게 일을 해오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시간 활용법을 터득하면서 나온 결과물이 오픈 포럼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오픈 포럼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느냐고?

프리랜서로 단련이 된 사람들은 안다. 정규직에게 주어지는 보험과 각종 혜택들을 포기하고 얻는 게 있다는 것을.

그건 자유이고 자율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갖게 되는 프리랜서라는 직업, 준비된 사람들에게는 큰 기회임에 틀림없다.


김창종 / 오픈포럼 대표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