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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타겟' 노린 차량 테러 잇따라… 유럽 국경 닫히나

니스.베를린.런던.스톡홀름
고도 훈련. 무기 없이 가능
테러범, EU 자유왕래 악용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조명이 지난 7일(현지시간) 자정에 꺼졌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서다.스톡홀름에선 같은 날 트럭이 번화가로 돌진한 뒤 백화점 건물을 들이받았다. 4명이 숨지고 최소 15명이 다쳤다. 경찰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39세 남성을 체포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지지자라고 현지 일간 아르톤플라데트가 보도했다.

운전석에선 폭발물의 일부로 보이는 장치가 발견됐다. 에펠탑은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차량 테러와 지난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 때도 소등했다.
유럽이 대형 테러는 그런대로 방어를 해내고 있지만 불과 며칠 사이로 반복되는 소규모 테러로 일상을 위협당하고 있다. 국제적 테러리즘 네트워크를 통해 시도되는 대규모 테러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적극 대처에 나서면서 뜸한 추세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해 민간인인 '소프트 타겟'을 노리는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인 무장괴한의 총기 난사와 폭발로 130명이 숨졌다.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선 공항 출국장과 시내 지하철역에서 폭발이 일어나 32명이 사망했다. 무기와 폭발물을 동원한 이 같은 테러 이후 유럽 각국은 주요 거점에 무장 경관을 배치하고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일에도 공항과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테러 경보를 발령하고 경비에 나섰다.



이러는 사이 지난해 7월 프랑스 남부 니스와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지난달 영국 런던에 이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대형 트럭이나 SUV 차량을 이용한 행인 공격이 발생했다. 고도의 훈련이나 병기 지원이 없어도 가능한 이런 테러는 오히려 막기가 힘들다. 사살된 런던 테러범 칼리드 마수드는 영국 정보기관이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해 한 차례 수사를 한 적이 있지만 감시망에서 빠져있었다. 스톡홀름 용의자에 대해 현지 경찰은 "정보기관의 관심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저한 테러 용의점이 없을 경우 수많은 용의자를 계속 감시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EU 회원국들은 솅겐조약에 따라 회원국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과 EU 비가입국 중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해당한다.
그럼에도 유럽 각국의 테러 위협 정보는 파편화돼 있을 뿐 제대로 교류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베를린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에 대형 트럭을 몰고 돌진해 12명을 숨지게 한 24세 아니스 암리는 열차를 타고 독일을 빠져나갔다. 암니는 독일에서 서류 위조 혐의로 조사받은 적이 있지만 테러 범행 때까지 특별한 관리는 받지 않았다. 이에 앞서 그는 난민촌 방화 혐의로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4년 가까이 복역했다. 문제 소지가 다분했던 암니는 테러 이후에도 유럽 국경을 넘나들며 도주하다 밀라노에서 사살됐다.

스톡홀름 테러 이후 EU가 국경 검문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지난 7일 솅겐 조약국이 아닌 크로아티아에서 조약 서명국인 슬로베니아로 버스 등이 들어오는데 3시간 가량이나 걸렸다. 하지만 이같은 검문 강화는 물류 이동 때문에 서둘러 완화되곤 했다. 반(反)EU파인 나이젤 페라지 전 영국 독립당 대표는 트위터에서 "좋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은 나쁜 사람들도 자유롭게 다닌다는 의미"라며 "솅겐 조약 폐지가 올해 유럽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마스 해그해머 노르웨이 방위연구소(FFI) 고위연구원은 "장기적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이 더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테러리즘연구이니셔티브 학술지에 발표한 글에서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슬림 청년들이 이민과 높은 출산율에 따라 계속 늘어나는데, IS 등의 주 포섭대상이 될 것"이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남아시아의 분쟁도 해결 기미가 없어 유럽의 지하디스트들에게 훈련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암호화된 소셜 미디어 등이 테러 집단에 선전과 모집, 모금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도 방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런던 테러 이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금지했던 항공기 승객 데이터베이스 작성을 허용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뒤늦게 분산돼 있는 테러정보 연결 작업에 나섰다. 잇따르는 테러를 계기로 국경 복원을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들의 주장이 프랑스 대선 등에서 얼마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느냐도 향후 유럽의 테러 대응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히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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