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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오스카 코코슈카와 알마 말러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27 10:03

1911년 말러가 죽고 나서 알마가 곧바로 그로피우스의 품에 안긴 것은 아니었다. 1912년에서 1914년 사이 그녀는 오스카 코코슈카(1886-1980)란 화가와 비엔나 사회에서 떠들썩한 정사를 벌였다. 그는 당시 오스트리아 출신 표현주의 화가로 화단에 떠오르는 별이었다.

1912년 4월 12일 코코슈카는 화가 칼 몰의 저택에 초대되었다. 그는 이 화가가 의붓딸의 초상화를 그려주길 은근히 바랬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알마 말러는 코코슈카를 피아노로 불렀다. 그녀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솔데’에서 이솔데가 트리스탄의 몸 위에 쓰러지면서 함께 죽는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그는 열띤 열기 속에서 그 장면을 감상했다. 오페라는 남녀 사이에 금지된 사랑과 이를 뛰어넘다가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상복의 베일을 썼어도 유혹적으로 보인다. 나는 그녀에게 반했다. 그녀도 나에게 무심치는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이틀 후에 다시 만났고 그 다음날부터 코코슈카가 알마에게 연애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2년 반 사이에 4백 통 이상이 되었다. 첫 편지에서 “당신은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여자들보다도 더 고상하고 우월합니다. 나를 짐승으로 만드는군요.”

코코슈카의 어머니는 아들이 7살이나 나이가 많은 사교계에 이름을 날리는 과부와 엮어지는 것을 반대했고 심지어 알마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어머니와 친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에게 점차 빠져 들어가기만 했다. 그는 소유욕이 강해 여자를 지배하려고 했다. 알마가 죽은 남편 말러에 대해 지닌 추억은 물론 사교계 고통을 받았다. 그들의 관계는 심적으로 부침이 심했다.

코코슈카는 결혼을 원했는데 알마는 그가 걸작인물들이나 그녀가 알고 지내는 다른 남자들에 대해서도 심하게 질투했다. 이로 인해 알마는 품을 만들어내면 고려해보겠다고 응답했다. 그래서 그린 것이 유명한 ‘바람의 신부’(The Bride of the Wind. 일명 ‘폭풍’ The Tempest)다. 원래 이 그림의 제목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였다. 기복이 심한 그들의 관계를 보면 ‘폭풍’도 알맞은 제목이다.

화가는 알마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난파당한 후 그들은 손을 잡은 채 바닷가로 흘러들었다. 머리 위를 비추는 벵갈의 달빛 아래서. 그들은 이미 정사를 마쳤는지 알마는 벗은 채 코코슈카의 팔을 베고 평안하게 잠들어 있다. 그러나 알마를 팔에 앉은 코코슈카는 눈을 뜬 채 엄숙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그는 알마의 몸은 이미 차지했고 자신의 가슴 안에 품었지만 그녀의 사회적 지위, 소유욕에 대한 양보, 결혼을 회피하려는 태도, 의견 차이 등에서는 그녀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한 남자의 얼굴이다.

알마가 자기의 아이를 임신했을 때 코코슈카는 기뻐했다. 처음에는 알마도 임신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러나 죽은 말러의 데드 매스크가 알마에게 도착하고 그녀가 이것을 자기 집에 영구 보관하려 하자 코코슈카는 불쾌해했다. 말러로 인해 두 사람사이의 긴장이 높아지자 알마는 낙태하고 말았다.

일차 대전이 시작되자 코코슈카는 자원해 입대했고 서로 멀어진 사이 알마는 그로피우스와 다시 만나 1915년 결혼했다.

코코슈카는 러시아 전선에서 뒷머리에 총을 맞고 가슴은 칼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이때 알마가 그로피우스와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복을 위해 비엔나에 후송되었을 때 그는 알마에게 병원으로 방문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쟁의 끝나고 코코슈카는 드레스덴 대학의 미술과 교수가 되었다. 1918년 그는 알마와 같은 사이즈의 인형을 구입했으며 그녀와 치수가 똑 같은 여인 스케치를 그렸다. 알마에 대한 정열이 식을 때까지 인형에 반복해서 색칠을 거듭했다. 마침내 그는 인형을 위한 샴페인 파티를 열었다. 만취한 다음 인형의 목을 베었으며 적포도주의 병으로 잘려나간 머리를 때려 부셨다.

그 후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칠 적은 한두 차례 있었지만 그의 반복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로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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