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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과학자의 하루(1) 스톡옵션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28 15:42

설 며칠 전에 내가 잘 아는 친구와 만나 한잔하였다. 필자는 진단분야 (Diagnostics), 친구는 신약개발 분야 (New drug discovery)에서 일한다. 하는 일은 좀 다르지만 나이도 비슷하고 걸어온 길도 비슷해서 커리어나 아이들 키우기 등 여러 가지로 공감되는게 많은 친구이다. 그런데 이날은 뭐랄까 ‘번민’이 느껴지길래 물어보니 자기가 갖고 있던 스톡옵션 (Stock option) 이야기를 해주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Bay Area에 700개가 있다던가, 1000개가 있다던가 하는게 생명공학 벤처회사(Startup) 들이다. 큰 회사들에 비해 아무래도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런 작은 회사들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또 유지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준다. 나중에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IPO) 큰 회사에 팔리거나 하는 식으로 성공했을 때 가치가 생기는 주식이다.

친구도 작은 벤처회사에 스카우트 되었었는데 16번째로 합류한 멤버였다고 한다. 입사하는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그 회사의 주식이 요즘 상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충 암산을 해보니 밀리언 단위이다. 앞으로 이 백만불의 사나이에게 공짜 술 좀 얻어먹겠구나 싶어서 축하를 해주려니까 친구가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2007년에 시작된 경제위기 동안 살아남느라 회사가 Reverse Split이라는 것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단다. ‘주식병합 또는 역분할’이라는 것으로 예를 들면 주식 100개를 1개로 줄려버리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왈, ‘좋은 기타아 한대 살 정도’밖에 가치가 않된단다.

친구가 근무했던 회사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 약품보다 무려 20배 효능이 좋은 신약을 개발했다. 2009년 경엔 Top 벤처회사로 선정되었을 만큼 유망한 회사였다. 하지만 지난번 경제위기는 1929년의 대공황에 버금간다고할 정도의 대위기였다. 개인도 회사도 타이밍이 그렇게 나쁘면 당해낼 장사가 없다. 연구비 확보에 사활이 달려있는 벤처회사들은 특히나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2012년 즈음에는 작은 회사들에 이루어진 투자가 무려 92% 나 감소한 상태였다고 한다.

친구는 ‘원래 갖고 있던 것을 잃은 것도 아닌데’ 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이지만 아이들 교육비니 집이니 해서 돈 들어갈 데는 점점 많아지고 고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하면서 속상해하는 것까지 고심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은 친구라 나의 일인 양 아쉬웠다. 뭔가 터져줬더라면 친구의 걱정거리 몇 가지는 덜어졌을 텐데 세상살이가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내 친구가 아쉬워하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회사는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두 리더 즉 비즈니스 담당인 CEO와 과학담당 CSO가 줄창 싸웠단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볼 때 2-3년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2007년부터의 경제위기에 덜미를 잡히는 상황을 가져왔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또 동전의 반대쪽을 보자면 회사의 성공은 그 회사에 투자한 벤처투자가들의 성공이 되고 또 그들이 운용하는 투자자금조성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공이 된다. 생명공학산업에서 좋은 수익을 거둔 투자가들은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과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해나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사용되는 약은 매우 비싸서 환자들에게 크나큰 부담을 준다. 만약 활성이 20배 좋은 신약이 나온다면 치료비가 대폭 줄어들고 환자들이 훨씬 저렴한 일반보험회사를 통해서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과학자로서 참으로 뿌듯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어려운 시기를 살아남은 이 회사는 임상실험을 수행중이다. 열심히 일한 친구를 위해서도 그리고 환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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