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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람 위한 기다림의 배려…기쁨은 배가 된다

본보 벽두기획 캠페인 - 이것만은 해봅시다 [2]

예로부터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워 왔다. 이민 1세대는 어릴 적 한국에서 유교식 가부장적 대가족 문화의 영향이 배인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엄격한 예의 범절에 민감한 세대에 속한다. 그 당시는 “경우가 밝다”, “경우가 없다”는 말이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는 척도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우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경우가 밝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알았을 정도였다. 그러던 우리인데 자본주의 무한경쟁 시대를 거치면서 어느새 부지불식간에 예의가 없는 사람들로 바뀌어 버렸는지 모른다. 캐나다의 서구식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문화와 한국의 유교적 전통의 안좋은 면만 합쳐서 만들어 놓은 기형의 코네디언(코리안+캐네디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라는 말이 있다. 캐나다에서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에 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정당한 거주민으로서 받드시 지켜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라던가 ‘신의성실의 원칙’(bona fides; good faith)이 지켜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일상 사회 공동생활에서 구성원 상호간에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예의 범절을 ‘에티켓’(etiquette) 또는 매너(manner)라고 부른다. 이것은 개개인 활동의 접촉점에서 서로간에 양보를 통해 상대방의 편의를 최대한 확보해주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라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앞에 들어가던 사람이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려준다.”는 서구식 미풍양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남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풍습에 낯설은 동양문화에 젖은 한인들도 이제는 서구식 문화에 앞장서 선구자로 행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한인들은 뒷사람을 위해 문고리를 잡아주는 에티켓에 적응이 잘 안되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는 한인들은 캐나다 생활에 익숙한 매너없는 한인들이 보여주는 무례한 행동에서 또다른 문화적 충격과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고 하소연한다. 박승권(39, 토론토)씨는 “얼마전 팀호튼에 들어가는데 바로 앞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인여성 한분이 들어가길래 뒤따라 들어가다가 갑자기 이 여성이 문을 탁 놓는 바람에 앞머리를 부딪쳐 놀랜 적이 있다. 당연히 문을 잡아주리라 기대했던 예상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며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서구의 기사도에서 받드는 ‘lady first’ 정신은 결코 일방적인 수혜가 아니라 권리와 의무를 상호수수 하는 가운데 형성된 예의준칙임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반면에 이민생활 6년째인 이성룡(53, 스카보로)씨는 “현지인 매장에 잼 한통을 사러 들어갔다가 계산대 앞에 줄을 선 적이 있다. 바로 앞 여인은 카트 가득 물건을 계산하려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여인이 ‘당신 물건이 조금 밖에 없으니 먼저 계산하세요’라며 양보를 해서 어찌나 고마왔는지 몰랐다.”며 현지인들의 몸에 밴 양보와 배려하는 마음에 탄복했던 경험을 전달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좋은 일을 베풀면 반드시 그 일이 드러나 보답을 받는다.”는 뜻의 ‘음덕양보’(陰德陽報)라는 말은 캐나다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부터는 뒷사람을 위해 꼭 문손잡이를 잡아주는 미덕을 베풀며 살았음 좋겠다. 단 1~2초 정도만 기다려 주는 수고를 하면 멋진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 먼저…” 어렵지 않게 베풀 수 있는 미덕이다.


조성진 기자 jean@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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