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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규 칼럼]

어느 소심한 늙은이의 비애

젊어, 띠 동갑 마누라와 사는 걸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던 남편이 정년 퇴직을 하고 ‘방콕’(방에 콕 박혀 사는)신세가 되자, 어느 날부터 인가 한참 젊은(?) 마누라로부터 구박을 받기 시작한다.
마누라는 툭 하면 신경질을 부리고, 말끝마다 꼬투리를 잡아 기어 오른다.


넉넉지 못 한 노후준비 때문일 것이라는 짐작은 들었지만 이제 와서 별 뾰족한 수가 없다.


힘(!)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 와서 기력이 쇠잔해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배알이 굵어진 마누라는 점점 그 목소리가 커져 갔고, 짜증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그를 향하여, 아예 안하무인 식 노골적 괄시로 변해 갔다.


이혼을 하자는 둥, 별거를 하자는 둥, “아이고 내 팔자야” 라는 둥.

그러냐 어쩌랴? 우리의 소심하고 기력이 다 한 불쌍한 늙은이. 전혀 속수 무책인 것을.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뜬금없는 마누라의 일방적인 통고를 받는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어떻게 단독 주택에 사냐며 생활비도 줄일 겸, 평수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결정 했다고.

그 날로부터 그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아무리 봐도, 낌새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날 버리고 가는 건 아닐까?” “아니면 고물상에 폐품으로 팔아 넘기는 건 아닐까?”

마누라의 요즘 행동으로 보아 능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드디어 이사 하는 날.
마누라는 그를 거들 떠 보지도 않고 젊은 짐꾼들과 함께 이사 짐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따라 갈 수가 있을까?” 남편은 궁리를 했다.
그리고 꾀를 냈다.


모두가 방심하는 사이, 몰래 이사 짐으로 갈 빈 냉장고 속에 들어가 숨은 것이다.
후유.

이내, 냉장고가 트럭에 실렸고 차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차 멎는 소리, 그리고 냉장고가 덜컹거리며 바닥에 내려지는 소리.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후유, 살았다” 그는 냉장고 안에 쪼그리고 앉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설마 이제야 어쩌랴? 제 아무리 성질이 고약한 마누라인들.
그는 주변이 조용 해 지기를 기다려 슬그머니 냉장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 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곳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 <고물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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