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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10> 메리 크리스마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2016년이 어느 사이에 거의 다 지나가버렸다. 벌써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매년 이맘때마다 거실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장식하는 것은 즐거운 연례행사였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그 트리를 치우는 것은 좀 귀찮은 일이었다. 장식을 할 때는 식구들이 서로 먼저하고 잘 하려고 경쟁했는데, 치우는 것은 서로에게 미루고 나중으로 미뤘었다. 결국 새해 첫날 네 식구가 두 편으로 나뉘어 윷놀이 해서 지는 편이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을 치우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미사’ 라는 뜻의 고대영어 “Christomass”가 현대영어 “Christmas”로 변한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약자로 표시 할 때는 X-mas 라고 한다. X 는 헬라어 알파벳으로 ‘카이’라고 발음하고, 그리스도를 Xristos라고 표기했다. 그래서 그 첫 글자 X를 약자로 이용, 그리스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X-mas는 크리스마스로 발음한다. 크리스마스라고 써도 될 것을 굳이 X-mas라고 쓴 것을 보면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그런데 요즘은 X-mas라고도 안 쓰고 그냥 Holiday라고 쓸 뿐 아니라 ‘할러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지나치게 따지는 것이 못마땅하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유세를 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진보주의자들이 “크리스마스”를 “할러데이”라는 이름로 바꾸었는데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다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해피 할러데이” 대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더 많이 보고 듣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크리스마스의 유래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지만, 어느 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그 중 로마 역사서에 의하면,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일이었다. 이 축제는 서기 336년경 로마에서 시작됐다. 어떤 고대문서에는 2세기 때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이 된 것은, 히폴리투스(Hippolytus, 170-235, 로마의 저술가이며 대립교황)라는 사람의 주장으로 3월 25일 수태고지(受胎告知)절로부터 아홉 달을 계산하여 그리스도의 탄생일이 12월 25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다른 설에 의하면, 로마 카톨릭 교회가 4세기 이래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정했다. 로마의 농경신(農耕神)을 사투르누스(Saturnus)라고 했는데, 그 이름에서 Saturn(토성) 그리고 Saturday(토요일)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그 사투르누스의 탄생(冬至)을 기념하는 축제(Saturnalia)가 12월 17-23일에 있었는데, 그것과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일을 합해서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만들었다. 그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가 12월 25일에 탄생했다는 역사적 근거는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전설이 전통이 되고 전통이 정통(正統)이 된 것이다.
오늘날 크리스마스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는 곳은 교회가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갤러리아나 월마트에 제일 먼저 도착한다.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와 상업주의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12월도 되기 전부터 백화점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다. 그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낭만의 계절이 펼쳐진다.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이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는 날이다. 가족과 친구들이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다. 심지어 술꾼들은 핑계삼아 한 잔 더 마시는 날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백일잔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어느 부자집에 백일잔치가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들이었든지라 잔치도 성대했다. 친척과 친지들이 잔치에 참석했다. 저택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에 아이 엄마가 손님들에게 보여주려고 아이를 데리러 방으로 갔다. 거기서 엄마는 너무도 뜻밖의 모습을 발견했다.
잔치가 시작되기 전 아이가 잠이 들어서 침대에 눕혀놓았다. 그런데 손님들이 아이가 있는 줄 모르고 겉옷을 벗어 침대 위에 던졌다. 아이는 산더미처럼 쌓인 겉옷들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생일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에 의해 아이가 질식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기가 막힐 사고였다.

그것이 오늘날 크리스마스의 모습이다. 화려한 장식과 선물과 파티와 노래 소리 가운데 아기 예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는 상인들의 대목이다. 심지어는 나이트 클럽이나 술집들도 한 철을 맞는다. 개인들의 신용카드 빚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남편, 아내, 부모, 자녀, 친척,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느라고 카드를 긁어대기 때문이다. 단체마다 파티를 열기에 바쁘다. 그리고 헌금을 권유하는 자선단체는 왜 그리 많은지…. 일년 내내 잠잠하다가 꼭 이 때만 되면 사람들의 마음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것들이 크리스마스를 맞는 연례행사인 듯싶다. 이런 분주함 속에 정작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아기 예수는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즉 성탄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래서 우리 말로 성탄절이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에 아들과 딸이 집으로 온다고 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성탄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했던 일들을 되새김질할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이들이 텍사스 피츠버그와 메사추세츠 보스턴으로 돌아가기 전에 윷놀이도 한번 해야 되겠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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