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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미국 기독교의 바탕색

서류를 프린트하고 나서 놀랐습니다. 프린터에 푸른 색 종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신선해서 좋기는 한데, 파란색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종이 색을 바꾸어 프린트했는데, 이번엔 빨간색으로 강조한 글씨가 어두워졌습니다. 이리 저리 시도해보니 밝은 노랑색 종이가 제일 잘 어울렸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더 보기 좋은 서류를 만들고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바탕색이 다른 종이를 대하면 여러 고려를 해야 하듯, 믿음과 교회도 바다 건너 새로운 곳을 만나면 그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같은 성경을 보고 같은 말로 예배 드리지만, 미국에 자리잡은 이민교회들이 어찌 변화가 없겠습니까? 우리가 미국에서 만나는 종교적 바탕색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기독교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자원주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자원주의는 신앙이 법과 지역이나 전통보다는 현대의 개인주의적 세계관과 민주적 원리에 근거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자유롭게 신앙을 선택할 수 있고, 교회는 자발적으로 모인 집단이란 의미입니다. 그래서 예배, 조직, 기금 등에 대하여 자원하여 모인 회중의 결정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러한 자원주의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성경적 원리나 역사적 전통을 반대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존의 유럽의 교회들에 비교해서 더 개인과 회중이 중심이 되는 교회를 의미합니다. 과거보다는 신앙, 예배, 교회에 있어서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자원주의는 유럽인들이 북미에 이주하면서, 국가가 지도하던 교회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역사 초기부터 유럽의 전통을 개선하고, 넓은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하고, 서부개척과 세계진출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을 계속해왔던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현재 미국 사회가 공유하는 개인을 우선하고, 시장의 흐름과 정치적 평등의 원리의 강조와도 어울리지요.

이민교회에도 이러한 특징들이 스며들었습니다. 좀더 회중중심으로 독립적이 되고, 민주적인 문화가 자리를 더해갔습니다. 적은 수의 교회가 새로운 지역에서 개척해야 했고, 여러 일들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여러 교회가 미국교단에 속하거나 협력하면서 문화적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성 장로님의 숫자나 평신도 선교 참여의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것이 단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민교회를 처음 경험했을 놀란 일들이 있었습니다. 주일에 이루어지는 여러 성경공부가 목사님 없이 평신도 지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해외 단기 선교여행도 목회자나 스탭이 없어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현재 제가 장로교 신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에는 한국에서는 경쟁하던 여러 장로교단 출신은 물론 침례교, 순복음, 감리교 목사님들이 함께 동료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민을 통해 경험하는 변화들은 우리가 기독교 신앙을 다시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예수님도 전통을 존중하고 따르셨지만, 때로는 파격적으로 변화를 추구하셨습니다. 그 목적이 영혼을 구원하고 사랑을 전하는 경우였습니다. 변화할 수 밖에 새로운 환경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일은 믿음과 사랑의 원칙을 우선하는 것일 겁니다.

종이색에 따라 글씨 색도 다르게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글씨의 내용은 바뀌지 않더라도 말이죠. 어쩌면 알게 모르게 우리 이민자들이나 이민교회도 미국물(?)이 들고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자유와 민주적 원리 뿐 아니라 함께하는 소망도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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